
“자기 터져, 이리와. 터진다고.”

아내의 고함소리를 뒤로 하고 무릎을 굽힌 채 낮은 포복으로 접근하는 이 남자. 소화기를 들어올리더니 불타는 차량을 향해 쏩니다. 몸은 이렇게 건물 기둥에 바짝 붙인 채 말이죠.

잠시 후퇴했다가 새 소화기를 들고 다시 접근하는 남자. 이번에도 불길의 중심부를 향해 소화액을 정확히 내리꽂습니다. 명중입니다.

23년 차 프로의 클라스

지난 9월 10일, 추석 당일 오후. 이성식 소방위는 아내와 함께 안산 단원구에 있는 처가댁을 찾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친척들과 대화하던 그때. 23년차 소방관인 성식 씨에게 유독성 가스 냄새가 풍겨져 왔습니다.

성식 씨는 곧장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지상에 주차된 이웃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성식 씨는 조카들에게 119 신고를 맡기고 소화시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빌라 주변에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의지할 것은 성식 씨가 평소 차량에 두고 다니던 소화기 2개뿐. 평소라면 특수방화복, 안전장갑, 헬멧까지 착용했을 테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결국 성식 씨는 면티에 운동화 차림으로 불길에 다가섰습니다.

차량에서는 펑, 펑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자료 확보를 위해 영상을 촬영하던 성식 씨의 아내는 다급한 마음에 피하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성식 씨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성식 씨
“아까 말씀드린 것도 두려움보다는 우리는 소방관은. 두려움보다는 일단 사명감으로 먼저 하잖아요. 몸이 움직이잖아요. 그리고 이게 계속 숙달이 돼 있다 보니까 이게 습관이 돼 있다 보니까 어떤 위험을 감지하면은 그냥 몸이 그냥 움직이고”

성식 씨가 불길과 싸우는 동안 조카들은 주민 대피 작업에 나섰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소방 담당 교육을 담당하는 조카 하지은 씨는 빌라에 들어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은 씨
“불이 났으니까 이제 119에 전화를 하면서 신호가 가는 그 와중에는 제가 ‘불이야’하며서 사람들을 대피시켜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물에 있는 사람들 먼저 일단 대피를 시키고 이제 그 주변에서도 소화기 있으신 분은 가지고 나와주세요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대피를 좀 시켰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성식 씨는 가족과 이웃들이 건넨 총 12개의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돌로 창문을 깨고 차량 내부 불길까지 잡은 성식씨의 노련함 덕이었죠. 소식이 전해지자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이성식씨
“사실은 이렇게 칭찬받고 이게 언론에 보도되고 이 정도 일은 아닌데 저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재난 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관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성식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화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성식 씨
“(우리 소방관들이 갔을 때는 사실은 장비가 계속 있으니까, 그게 장비가 없어서 화재를 진압 못하고 그런 경우가 없으니까 그런 거 잘 몰랐는데. 우리 시민분들 입장에서 소화기를 어디 숨겨놓지 마시고, 현관 안쪽이 됐든 바깥쪽이 됐든 층별로 하나씩 비치를 해 주시고 혹시라도 화재가 내가 진압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소화기를 이용해서 초기 진압을 하면 인명 피해가 됐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고요.”

성식 씨와 가족들의 노력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참사로 번질 뻔했던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고, 서둘러 주민들을 대피시킨 성식 씨와 가족들이야말로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