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삼 형제를 위해 고민한 순환과 연결의 구조, '영천 삼 형제집'

영천 삼 형제집

주택이 낡고 오래된 것이 되어버린 시대에
오롯이 아이를 위해 고민한 순환과 연결의 구조.
오래된 마을에 독특한 조형과 색감으로 새로운 경관과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새로운 것이 오래된 것을 대체해 가는 과정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거주 풍경이 획일화, 표준화되어 버린 공간에서 삼 형제를 둔 어느 젊은 부부는 갈 곳을 잃었다. 그렇다고 집의 구조에 맞추어 가족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행동 양식을 억제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수행했던 도시형 주택의 사례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고, 이에 공감한 건축주가 경북 영천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우리를 찾아왔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 전 왕복 여섯 시간이 넘는 여정에 몸을 싣게 된 그 결심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명확한 동기가 있었다.

대지 면적은 넓지 않았지만, ‘순환과 연결’이라는 구성원리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2층과 3층에 걸쳐 있는 거실은 2층 부부침실부터 3층 아이 공부방, 외부까지 시야가 연결된다.
1층을 비워내 자가 주차장을 만들어 도로의 안전성과 개방감 높이기, 매스의 분절과 셋백(Set Back)을 활용하여 좁은 골목길을 넓히고 높이감과 양감 덜어내기 등 실리적인 측면에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SECTION


집에 대한 결정은 삼 형제가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놀고 학습하며 성장기의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집을 짓기 위한 땅의 면적 146㎡(44평)는 다소 좁았다. 구분은 하되 병합할 수 있고, 규정하되 변화할 수 있는 특징들을 담아내야 했다. 이에 ‘순환과 연결’이라는 구성 논리로 집의 근간을 조직하기 시작하였다. 집은 일상적인 생활 동선과 집의 생애주기의 큰 범주에서 볼 때 순환의 특성을 가진다. 때문에, 공간 구성의 큰 틀을 좌우하는 평면설계 시 계단을 중앙에 배치하였다. 두 개의 긴 변 내력벽과 두 개의 열린 벽으로 조성한 계단은 층간 동선과 무량판 슬래브를 지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 계단을 둘러싼 실들은 각각의 기능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기능의 연속성으로 인하여 좌우가 연결되기도 한다.

거실의 보이드 공간과 접하는 아이들 공부방. 옆으로 아이들 침실이 보인다.
거실과 주방 등 공용공간이 모여 있는 2층.


경관의 관점에서 이 집의 첫인상은 굉장한 낯섦을 선사한다. 30~40여년 전에 형성된 오래된 집들이 자아내는 나른하고 정체된 분위기와 사라져 버린 아이들의 그림자로 인하여 그러한 감각이 더욱 배가 된다. 변화되는 것 없이 시간의 먼지만 쌓여가는 골목길에 생경한 조형 원리가 전에 없던 색감을 더하였다. 주변과의 조화를 강요당하며 어설픈 얼굴 닮아가기로 과거의 풍경에 속하는 집이 아니라 실리적인 변화를 담아내어 새로움의 긍정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 아래) 1층 마당부터 3,4층을 함께 쓰는 놀이방, 그리고 옥상 마당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작은 놀이동산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집은 독자적인 얼굴을 갖추면서도 주변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이 마을에 다양한 건축적 시도가 전무했던 탓에 일순간의 어색함을 동반하고 있다. 영천 삼 형제 집은 주변을 둘러막고서 높이를 점유한 고립된 성채의 모습이 아니라 열린 벽들로 이루어져 관계의 틈입을 허용하는 그런 집을 만들고자 했다. 벽과 벽의 협곡을 넘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비추어지고, 바람과 빛의 드나듦을 허용하는 열린 경계 너머로 아이들이 뛰노는 소란스러움이 골목길에 정취를 더할 것이다.

(위, 아래) 층간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는 시선 창을 두어 옷장 복도나 거실 방향으로 시선이 확장되며 중첩된 공간의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계단의 상부에 설치된 통창은 옥상과 내부의 풍경을 연결하고 실내 깊이까지 햇볕을 유입하여 밝은 실내공간을 연출한다.
1층 마당처럼 외부 놀이공간 및 휴식공간이 되어주는 옥상 그늘마루. 동네가 한 눈에 들어온다.

PLAN


(위, 아래) 옥상에 설치되어 그늘을 만들어내는 사각형의 튜브 공간은 에메랄드 빛깔의 외부 마감면이 거실 반자 영역으로 관입하며 순환의 개념을 시각적 영역으로까지 확장 시킨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해가는 부식동판의 색감은 내부로는 가족들의 생활양식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주고, 정체된 마을 경관에는 전에 없던 색감을 더함으로써 활력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상북도 영천시
대지면적 147.00m²(44.46평)
규모 지상 4층
거주인원 5명(부부 + 자녀3)
건축면적 86.30m²(26.1평)
연면적 198.16m²(59.94평)
건폐율 58.71%
용적률 134.80%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철근콘크리트 보통 전단벽 구조
최고높이 : 12.05m
주차대수 : 2대(필로티)
단열재 : 준불연 EPS 135㎜, 비드법보온판 2종1호 30mm, 비드법보온판 2종1호 125mm 등
외부마감재 : 외벽 – 롱브릭타일, 부식동판, 알루미늄 루버 / 지붕 –우레탄 도막방수(비노출) 등
내부마감재 : 벽, 천장 - 친환경 도장, 실크벽지 / 바닥 –메라톤 강마루, 포세린 타일 등
욕실 및 주방 타일 : 국내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리바트
조명 : 루이스폴센 팬던트 조명, 3단 팬던트 조명 등
계단재·난간 : 자작합판 18mm Ø40 스틸파이프 + 지정 도장 / Ø38 단풍나무 + 지정 코팅
현관문 : 무절 적삼목 제작 현관문
방문 : MDF합판 + 도장(제작도어)
데크재 : 방킬라이 데크 19㎜
담장재 : 두라스텍 큐블록 Q3
창호재 : 필로브 알루미늄 삼중 시스템 창호
열회수환기장치 : SSK DP-1000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 : 건축주 직영
전기·기계·설비 : 새터이엔지(설계)
구조설계 : SDM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 이태엽 대표(주식회사 듀라크)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플랜(설계담당 : 윤빛나)

건축가 임태형 : ㈜건축사사무소 플랜
보편의 영역에서 누구에게나 폭넓게 소비될 수 있는 양질의 건축문화 제공에 기여하는 것을 건축가의 중요한 과업으로 삼고 있다.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와 전라남도 경관위원회 위원, 광주광역시 및 전라남도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2013년 플랜을 개소한 이래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건축상 최우수상 외 여러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062-676-2267 | www.planarchitects.co.kr


글_ 임태형 |  사진_ 윤준환 |  구성_ 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7월호 / Vol.293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