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4일만에 200만 돌파...'아바타','서울의봄' 기록 깨는중인 이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리뷰: 상처받은 청춘의 비가가 된 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멀티버스의 화려한 이벤트와 펜서비스로 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면,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그 수수께끼 같은 침묵 뒤에 남겨진 청춘의 벼랑 끝을 훑는다. 전작의 마법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기억에서 지워진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는 이제 화려한 어벤져스의 일원이 아닌, 낡은 단칸방에서 홀로 월세를 걱정하고 야간 알바와 영웅 활동을 병행하는 고독한 청년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선보인 히어로물 중 단연 가장 우울하고 묵직한 정조를 지녔다. 고등학생의 발랄함과 하이틴 무비의 활기가 넘쳤던 홈커밍 삼부작의 색채는 완벽히 탈색되었다. 대신 영화는 20대에 접어든 인물들이 안고 있는 진로의 불안, 상실감, 그리고 사회에 첫발을 디디며 느끼는 지독한 고립감을 정면으로 조명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젠데이아가 출연해 큰 호평을 모았던 HBO 드라마 ‘유포리아’의 히어로 버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짙은 페이소스와 내면의 어둠을 담아낸다. 영웅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삶을 완전히 박탈당한 피터 파커의 불안정한 내면은 불안한 인물들의 심리를 쫓는 카메라 워크와 감각적인 조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파이더맨 슈트를 벗었을 때 더욱 확연해지는 피터의 왜소함과 외로움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강렬한 동력이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 및 마블 코믹스를 향한 오마주는 이 깊은 서사에 훌륭한 시각적·서사적 레이어를 더한다. 석양을 뒤로한 채 빌딩 숲 사이를 낙하하며 고뇌하는 스파이더맨의 구도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특유의 클래식한 클래스와 고전적인 히어로의 낭만을 상기시킨다. 또한 원작 코믹스의 명장면인 ‘더 이상 스파이더맨은 없다(Spider-Man No More!)’의 오마주 및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고난도 웹스윙 액션은 팬들의 감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게스트 캐릭터들의 활용이 매우 돋보인다. 사설 경호원 및 도시의 어둠을 대변하는 ‘퍼니셔’ 프랭크 캐슬(존 번탈 분)과 도심 속 중압감과 분노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브루스 배너/헐크(마크 러팔로 분)는 피터 파커가 처한 비극적 상황과 대비를 이루며 극에 폭발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피터와 프랭크 캐슬이 나누는 기묘한 유대감과 대립은 폭력의 본질과 영웅의 정의가 무엇인지 묵직하게 되묻는다.

한편, 붉은 머리의 의문의 인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 세이디 싱크의 존재감 역시 탁월하다. 영화는 그녀의 구체적인 정체나 배경을 의도적으로 숨기며 모호한 긴장감을 유지하지만, 화면을 압도하는 그녀의 미스터리한 아우라는 관객들로 하여금 향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지형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마치 폭풍전야의 조용한 동반자처럼, 그녀는 미지의 차원을 관통하는 여운을 재치 있게 남기며 작품 전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견인한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내면과 서사를 지나치게 깊이 있게 파고든 지점은 독이 되기도 한다. 피터의 내면적 방황과 고독을 묘사하는 중반부의 호흡이 매우 길고 전개가 다소 완만하여, 화려하고 속도감 있는 오락 영화로서의 스파이더맨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일부 구간이 다소 지루하고 리듬감이 떨어지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서사의 레이어가 다층적인 만큼 모든 스토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감정적 집중력이 흐려지는 아쉬움도 감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마블 영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화려한 볼거리 뒤에 가려져 있던 ‘청년 피터 파커’의 삶과 성장의통증을 이토록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영웅이라는 짐을 짊어진 한 인간의 비가가 이토록 묵직한 울림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거둔 성취다.

국내외 평론가들과 시사회 관객들의 점수를 종합했을 때, 본작은 한층 성숙해진 서사와 인물 묘사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평균 8점대 후반의 상위권 호평을 유지하고 있다. 청춘의 어두운 이면과 히어로의 고독을 깊이 있게 엮어낸 훌륭한 작가주의적 블록버스터다.

평점:★★★★

P.S. 엔딩 크레딧과 함께 숨겨진 이스터에그는 단순히 팬들을 즐겁게 하는 소품에 그치지 않는다. 짧지만 강렬하게 스쳐 지나가는 인물과 오브제의 환영은 향후 거대하게 펼쳐질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거대한 파국과 떡밥을 묵직하게 암시하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극장의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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