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김가은 세계2위 왕즈이 꺽고 4강 진출 쾌거!

김가은이 해냈다. 세계 2위 왕즈이를 중국 홈에서 2-1로 꺾고 중국 마스터스 4강에 올랐다. 세계랭킹 32위 선수가 2위, 그것도 상승세의 중국 에이스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뉴스다. 점수 흐름도 인상적이었다. 1게임을 13-21로 내준 뒤, 2·3게임을 21-17, 21-11로 깔끔하게 가져왔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 그리고 실수를 줄이면서 길게 끌고 가는 운영이 빛났다.

이번 대회에서 김가은은 매 경기 ‘업셋’을 만들고 있다. 32강에서 천적이던 가오팡제(13위)를 처음으로 2-0으로 이기더니, 16강에선 일본의 기대주 미야자키 토모카(9위)를 2-1로 눌렀다. 여기에 8강에서 왕즈이(2위)까지 넘었다. 세계 13위→9위→2위를 차례로 잡으며 스스로 길을 뚫었다. 단번에 기량이 뛰었다기보다, 실수를 줄이고 랠리 중 코스와 타점을 다양하게 쓰면서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는 느낌이다.

특히 3게임 시작과 함께 연속 득점으로 기선을 잡은 장면이 좋았다. 초반에 점수 차를 벌려 상대 발을 묶고, 하프 스매시와 드롭으로 템포를 바꾸자 왕즈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큰 무대에서 이 흐름 전환을 스스로 만든 건 큰 수확이다. 다음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이 초반 주도권 싸움이다.

이제 4강 상대는 세계 3위 한웨다. 한웨는 수비가 단단하고 길게 버티는 스타일이라 성급히 마무리하려다 역습을 맞기 쉽다. 김가은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리턴 길이를 짧게 끊어 네트 싸움에서 먼저 잡기. 둘째, 랠리가 길어질 땐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말고 코스와 높이를 계속 섞기. 오늘처럼 초반에 점수를 모아두면, 한웨의 장기인 ‘지구전’으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 단식에 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안세영도 4강에 올랐다. 세계선수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본인의 리듬을 되찾는 중이다. 대진상 두 선수가 결승에서 만날 수도 있다. “안세영 원톱”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웠던 구도에서, 김가은이 새 길을 열고 있다는 점이 특히 값지다. 대표팀 안에서도 건강한 경쟁이 생기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카드가 더 다양해진다.

김가은은 늘 꾸준했지만, 큰 승리가 조금씩 모자랐다. 이번 주는 다르다. 강자를 만나도 움츠리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공을 선택한다. 큰 대회는 이런 한두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선수가 끝까지 살아남는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한웨전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정리하면, 오늘 김가은은 ‘한 번 흔들려도 두 번은 안 흔들리는’ 선수가 됐다. 스스로 흐름을 바꾸고, 강자를 상대로 경기를 설계했다. 이렇게 쌓아 올린 4강이다. 다음 한 경기만 더 같은 마음, 같은 발, 같은 손으로 가보자. 그럼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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