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만성질환, 유전이 전부일까?

2025. 10.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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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발생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그중 유전적 요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쯤 되면 만성질환 발생에서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만성질환의 발생을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운명'으로 치부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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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만성질환 발생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그중 유전적 요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 특정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암뿐만 아니라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까지도 일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유전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질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발생 여부를 온전히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질환의 발생은 많은 부분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흥미로운 점은, 생활 습관조차도 어느 정도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비만으로 이어지는 대사 특성은 물론 식습관, 수면 패턴까지도 유전자의 조절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다른 사람보다 살이 더 찌는 비만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 연구 결과 비만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수면시간이 부족할 경우 체중이 증가했는데, 비만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수면이 부족해도 체중에 변화가 없었다. 이쯤 되면 만성질환 발생에서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전은 질병 발생의 '기반'을 형성할 뿐, 그것이 반드시 현실로 나타나는 운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첫째, 나에게 취약한 질환과 요인에 대해 알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다면 불안해하기보다 오히려 조기진단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당뇨를 앓고 있다면 혈당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조기에 형성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발생 시기를 늦추거나 중증도를 낮출 수 있다.

둘째, 유전적 영향이 존재하지만, 바꿀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실제 올해 영국의 연구팀이 50여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경적 요인은 사망 위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17%를 차지하는 반면 유전적 요인의 영향은 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전적 요인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생활 습관을 관리해서 발병 확률을 줄이고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결국 변화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는 태도가 유전적 소인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된다.

셋째, 사람마다 질환 발생 위험도와 취약성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태도가 필요하다. 비만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흔히 "게을러서 그렇다" 혹은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식의 비난이나 책임 전가는 옳지 않다. 환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만성질환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해하고 협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또한 만성질환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고,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결국 만성질환의 발생을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운명'으로 치부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유전자의 역할을 스위치에 비유하는 것처럼,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은 개인의 생활 습관, 환경, 사회적 지원 등의 외부 요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위험 요인을 정확히 알고, 조기진단과 모니터링을 통해 대비하며, 동시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질환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기보다,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건강을 지켜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개인의 건강관리와 함께 사회적 연대를 통해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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