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 시장에서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AWD가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7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딜러 매장마다 시승 대기자가 줄을 잇는다. 카니발과 혼다 오디세이가 경쟁하는 국내 시장에서 시에나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에나는 토요타 캠리와 함께 한때 미국 빅3를 긴장시켰던 일본 미니밴의 대표주자다. 미국에서는 가족들이 미니밴 안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뿌리 깊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카니발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고, 과거 공명음과 진동 문제로 미니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가격만 놓고 보면 시에나의 전략은 도전적이다. 7천만 원이 넘는 시에나는 6천만 원대 오디세이, 5,500만 원 선의 카니발과 비교하면 만만치 않다. 토요타는 카니발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독립 시트 등 고급 옵션을 기본 탑재해 1~2천만 원을 더 투자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소비자들이 더 비싼 시에나를 선택하는 이유는 주행 안정성에 있다. 시에나는 혼자 탈 때나 여러 명이 탈 때 중량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섀시 세팅을 갖췄다. 카니발이 혼자 타면 딱딱하고 여럿이 타면 지나치게 물렁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80~100km/h로 주행할 때 시에나는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큰 차체임에도 출렁거림이 적고, 2톤이 넘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엔진 마운트 기술도 독특하다. 4개 지점에서 엔진을 단단하게 고정해 엔진이 높은 회전수로 돌아도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지 않는다. 일반 미니밴이 승차감을 위해 부드러운 마운트를 쓰는 것과 정반대 접근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도 높다. 시에나의 파워 스플릿 디바이스는 급가속 시 카니발 하이브리드처럼 변속기가 버벅대는 현상이 없다. 액셀을 밟으면 동력이 즉각 전달되고, 전기모터가 자연스럽게 기어비를 만들어낸다.

연비 면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적극적인 주행에도 11.5~12km/L를 유지한다. 같은 방식으로 운전하면 카니발은 10km/L에 못 미친다. 부드럽게 운전할 경우 시에나는 15~16km/L, 카니발은 14km/L 전후다.

장거리 주행에서 시에나의 진가가 드러난다. 차체의 앞뒤 흔들림과 좌우 흔들림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3열 탑승객도 멀미를 느끼지 않는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뒷바퀴에도 적절히 구동력을 배분하면서 차체 후방의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고속도로에서 120~140km/h로 달려도 차체가 안정적이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노즈 다이브가 심하지 않다.

캠핑을 즐기는 가족에게 시에나는 특히 매력적이다. 사륜구동 덕분에 겨울 캠핑도 무리 없고, 넉넉한 적재 공간에 캠핑 장비를 싣기 좋다. 시트를 접으면 차 안에서 취침도 가능하다.

토요타의 25년 하이브리드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엔진이 높은 회전수로 돌아도 실내는 조용하고,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파워트레인이 매끄럽게 반응한다. 전기모터, 발전모터, 파워 스플릿 디바이스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고속 주행에서도 엔진 RPM을 낮게 유지해 연비를 확보한다.

가격과 정비 편의성만 본다면 카니발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가족의 안전과 승차감, 장거리 여행의 편안함을 우선한다면 시에나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근거리 출퇴근용이라면 오디세이를, 가족 중심의 장거리 여행과 캠핑용이라면 시에나가 적합하다.

시에나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미국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차가 본질적으로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딜러 매장에 시승 대기자가 많다는 것은 이미 시장이 시에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7천만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낼 차라면 투자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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