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제안은 왜 실패했나.. '영조 신문고'의 교훈 [뉴스+]
윤석열 정부 국민제안, 심사위원들이 선정.. 투명성 결여
대형마트 주말 영업, 국민적 염원인지 의문.. 결국 백지화
신문고는 조선 시대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대궐 밖에 달아뒀던 북이다. 신문고는 누구든 이 북을 치면 임금이 듣고 직접 해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너무 자주 울린다는 이유로 사라졌다가 영조 때 부활했다.

궁궐에 무단침입하다 적발되면 장형(곤장) 100대에 처했다고 하니 아무리 억울한 사연이 있더라도 북 한 번 치려면 자신의 볼기짝을 걸어야 했던 셈이다. 이런 이유로 신문고를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세가 있는 양반, 고위 관원(官員)들이었다. 이들의 민원 내용은 주로 이런 식이다.
“전하, 옆집 김 대감이 저희 집 노비를 자신의 노비라고 우기고 있사옵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신문고인 ‘국민제안’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 국민제안에 선정된 제안들을 보면서 신문고를 궁궐 안으로 옮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민제안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투명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제안 게시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누가 어떤 제안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공감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TOP 10’으로 선정된 제안의 제목과 한줄짜리 설명이 전부였다.
국민제안의 선정 방식도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면 채택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선정한 심사위원 11명에 의해 선정되는 방식이었다. 심사위원 명단이나 심사기준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보니 어떤 제안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 일반 국민은 알 길이 없고, 이러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를 국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제안에 대한 설명이나, 투표 절차를 간소화해야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는 주장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성공한 소통 사례를 이야기할 때 ROI 모델을 많이 언급한다. ROI는 연관성(Relevance), 독창성(Originality), 영향력(Impact)의 약자이다. ROI 모델에 따르면 국민제안이 우리의 삶과 연관이 있고, 참여 방식이 참신하고, 나의 참여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효능감을 주는 모델이어야 참여가 늘어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제안을 만들면서 지난 국민청원처럼 정쟁을 부추기기보단 국민의 일상에서 나오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생활밀착형 정책들을 발굴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될 여지도 있다.
다만 국민제안이 우리 삶과 밀접하다는 느낌이 들려면 신문고는 ‘궁궐 밖’에 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도 국민제안이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번 처럼 시민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조선 시대 백성들은 창덕궁 안에서 신문고가 울리는 소리를 들을 때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어느 정승이 또 노비 가지고 싸우는구나.”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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