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종합건설, 한진칼 경영권분쟁 차익 '美 주택사업' 밑천

반도건설이 시공한 더보라3170 /사진=더보라3170 홈페이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던 반도건설이 당시의 지분매각 차익을 활용해 미국 주택사업에 나선다. 미국 주택사업 법인을 자회사로 둔 반도종합건설이 한진칼 주식 매각 수익금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종합건설은 1993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 10년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장부가는 2033억원으로 39억원의 미실현 수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반도종합건설이 약 2000억원에 가까운 미국 국채를 매입한 것은 향후 미국 주택사업에 자금을 활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반도종합건설은 2022년 한진칼 주식을 보유했던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합병하면서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반도종합건설은 2022년 10월 대창개발, 한영개발, 한길개발, 대호개발 등 4개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합병으로 반도종합건설의 유동자산 규모는 296억원에서 3524억원으로 증가했다. 합병 당시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의 자본총액은 각각 1283억원, 1274억원이었다. 2022년 8월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 3개 회사는 한진칼 주식 550만8394주를 주당 6만5000원에 매각했다. 이 거래로 3439억원의 현금을 회수했다.

반도종합건설은 지난해 미국 주택사업 총괄법인인 반두스홀딩스에 373억원을 장기차입금으로 대여했다고 공시했다. 남은 현금 대부분은 미국 국채 10년물을 매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반도종합건설은 미국 주택사업을 위한 총괄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며 "미국 국채 매입 배경은 확인해줄 수 없으나 장차 미국 사업을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종합건설은 2018년 미국법인을 만들어 주택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듬해 토지매입을 시작해 2023년 더보라3170을 준공했다. 올해 초에는 두 번째 미국 주택사업 프로젝트인 '더보라3020' 착공에 나섰다.

반도건설은 2020년 사모펀드 KCGI와 함께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3자연합을 이뤄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를 노렸으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으로 상황이 반전돼 주주연합 간 공동보유 계약을 해지했다.

반도건설은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지는 못했으나 상당한 현금을 확보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반도종합건설은 지난해 169억원을 투입해 △두산로보틱스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오스코텍 △포스코퓨처엠 등의 지분을 취득했다. 제2의 한진칼 사례를 찾기 위해 여러 회사 주식을 나눠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보라3200 착공식 /사진 제공=반도건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