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카시市 유족 "유족 납득 못할 조사보고서 무의미"
기사내용 요약
이태원·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합동 토론회
2001년 불꽃축제서 압사 사태…11명 숨져
日 유족 "사람 죽었는데 법 안 바뀌면 이상"
이종철 대표 "공무원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유족에게는 국경이 없다. 함께 힘을 합쳐서 세상을 바꿔나가자. 그것이 가장 큰 재발방지가 될 것이다."
일본 아카시 시(市) 불꽃축제 육교 압사사고로 당시 8살이던 둘째 딸을 잃은 미키 기요시(三木 淸)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17일 오후 1시30분께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재난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재단, 4·16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공동 주최했다.
특히 한국을 찾은 아카시 시 사고 유가족인 시모무라 세이지(下村 誠治) 씨와 미키 기요시(三木 淸)가 토론회에 자리했다.
아카시시 육교 사고는 지난 2001년 7월 불꽃축제 과정에서 대규모 압사 사태가 일어나면서 축제를 보러 간 어린이와 노인 등 11명이 숨지고 247명이 다친 참사다.
아카시 육교 사고 희생자 모임 회장인 시모무라씨는 참사 이후 진상조사 및 사법절차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사고 한달 만에 축제 주최측인 아카시 시청 주도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유족들을 인터뷰하는 등의 조사를 거쳐 이듬해인 2002년 1월 보고서만 142쪽, 자료편 295쪽짜리 사고조사보고서가 완성됐다고 한다.
시모무라씨는 "유족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무엇보다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도화된 게 큰 의미가 있다"며 "유족이 납득하지 못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형사재판을 거쳐 2004년 경찰관과 경비회사 책임자에게는 금고형, 아카시 시 직원 3명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졌고 2010년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당시 경비 책임이 있던 경찰서장과 부서장에 대해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검찰심사회'가 이를 4차례나 뒤집고 법이 개정되면서 기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경찰서장은 2007년 이미 사망했고, 부서장에 대해서도 2014년 법원이 면소(공소권 없음)를 확정해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시모무라씨는 "시민들이 심의하는 검찰심사회를 통해 (경찰 간부들을) 강제 기소로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며 "자식들 잃은 아픔에 마땅한 형사처벌이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재판을 통해) 많은 부분이 밝혀진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희생자 모임의 전(前) 회장인 미키씨는 사고 당시 순간을 술회하며 연대 의사를 드러냈다.
미키씨는 "왜 아카시 불꽃놀이에 갔을까 매우 후회했다. (딸) 유이나는 축제나 불꽃놀이, 야시장 등을 매우 좋아하므로 아이들을 기쁘게 하려고 갔다"고 전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1시간 전 그는 육교 입구에서 경비원이 유도하고 있는 데다가 그렇게 붐비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육교로 들어섰다. 현장에 안전관리를 하는 경찰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육교 한가운데에서 인파가 몰리며 압력이 강해졌고, 불꽃놀이가 끝날 즈음에는 남쪽으로 천천히 밀려 넘어졌다고 한다. 엄청난 압력에 의식을 잃었던 미키씨 가슴 위에 둘째딸이 의식을 잃고 파묻혀 있었다고 한다.
미키씨는 이후 민·형사 재판을 진행한 것을 언급하며 "나는 유이나를 그냥 희생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유이나는 사고 때 제 가슴 위에서 죽었다지만 지금도 제 가슴 속에서 계속 살아서 함께 기쁨도, 슬픔도, 억울함도, 분노도 나누며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죽었는데 법이나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며 "다른 사고나 사건의 유족들과 함께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꿔나가자. 그것이 가장 큰 재발 방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공무원의 과실로 국민이 사망했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달라"며 "아침에 서울서부지법을 다녀왔는데 (이임재 전 서장 등) 얼굴에 죄의식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159명을 죽인 그 사람들을 대한민국 법이 지켜주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인해 국민이 죽었다면 당연히 그 죄도 무거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카시 시 사고 유족들은 토론회에 앞서 오전에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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