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노쇼'로 학폭 딸 잃은 의뢰인 패소시킨 변호사... 징계는 '정직 1년' ('PD수첩')

[TV리포트=양원모 기자] 학폭 피해자 딸의 민사 소송에서 변호사의 '재판 노쇼'로 패소한 엄마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8일 밤 MBC 'PD수첩'은 법정 싸움을 위해 믿고 사건을 맡겼지만 수임 직후 연락이 두절되는 등 의뢰인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불량 변호사'들을 고발했다.

방송에서는 2015년 세상을 떠난 고(故) 박주원 양의 유족을 대리해 가해 학생, 교육청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가 항소심에 3차례나 불출석해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의 사례가 다뤄졌다.

박주원 양 엄마 이기철 씨는 "정말로 당신은 뭘 하고 있어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 물었던 게 진심이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싶다"며 "주원이를 괴롭힌 가해자들, 외면한 사람들, 방관한 사람들, 교육청·경찰보다 더 최악의 짓을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송에 따르면 권씨는 1심에서 2차례, 2심에서 3차례 불출석했을뿐만 아니라 패소 사실도 알리지 않아 상고 기회조차 상실시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고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당시 주원 양을 빼놓고 유족만 넣는가 하면, 소송 대상에도 가해 학생을 제외하고 가해 학생 학부모만 넣었다. 권 변호사는 이 사실 역시 유족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 씨는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심사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 '영구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변협은 지난해 6월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다.

변협 징계위원회는 판사 1명, 검사 1명, 변호사 3명, 법학전문대학원 3명, 논설위원 1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권 변호사 징계위에 참석한 위원들 가운데 '제명' 의견을 낸 사람은 논설위원 1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계위원회는) 검찰, 법원 이런 데에서 추천받아서 위원을 구성하지만 (권 변호사 징계 결과는) 변호사에 대한 어떤 온정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조금 더 고려하기 위해서는 법조인 숫자를 50~60%로 제한하고, 나머지 인원을 비법조인으로 해서 조금 더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선 이 같은 '불량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들이 당사자로서 변호사들의 징계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의가 있었던 변호사들에 대한 평가를 함께 내릴 수 있도록 변호사들의 자정 작용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개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