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7.9%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전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량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본과 독일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 비율을 높여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부품 업계도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부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된 부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부품사들의 대미 수출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전망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이유로 자동차 및 부품 수입을 억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2018년에도 유사한 관세 부과 논의가 있었으며, 당시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일정 부분 협상력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규제라는 점에서 협상의 난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가가치세를 관세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운용하는 국가들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부가가치세를 통해 미국 제품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특정 수입품에만 적용되는 세금이 아니라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부과되는 소비세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주장은 국제 무역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이미 중국, 유럽과의 무역 분쟁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은 한미 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관세 면제 혜택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추가적인 협상 카드가 필요해질 것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대응 방안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자동차 업계는 생산 전략 조정, 수출 시장 다변화,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적인 현지 투자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독일 브랜드들은 미국 내 생산 비율을 높이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한국 자동차 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추가적인 공장 증설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멕시코 및 캐나다로의 생산 이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제하에서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간 자동차 무역이 무관세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USMCA에서 규정하는 '역내산(Regional Value Content, RVC)'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역내산이란, 특정 자유무역협정(FTA) 내 국가에서 생산된 부품과 원재료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USMCA의 경우, 자동차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부품의 75% 이상이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그대로 멕시코에서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한다고 해서 관세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된 부품이 75% 이상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가치비율(Labor Value Content, LVC)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차량의 일정 비율(40~45%)이 시간당 최소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공장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기준이며, 철강과 알루미늄의 70% 이상이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도 포함된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멕시코에서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려면, 단순히 조립 공장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부품 공급망까지 USMCA의 역내산 규정을 충족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멕시코에서 생산하더라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미국 수출 시 기존의 수입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예고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단기적으로는 생산 전략 조정과 비용 절감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또한, 부가가치세 및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직면할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USMCA의 역내산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생산 이전만으로는 관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면, 이번 도전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