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람들 시선 의식, 불안해 미쳐" 톱★ 한소희 담기엔 아쉽네

김나라 기자 2024. 10. 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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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 스크린 데뷔작 영화 '폭설' 리뷰
[스타뉴스 | 김나라 기자]
'폭설' 스틸 /사진=판씨네마㈜
배우 한소희가 신선한 열연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극장가에 '폭설'을 몰고 왔지만, 객석까지 닿기엔 역부족이다.

'폭설'(감독/각본 윤수익)은 11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대세' 한소희가 지난 2017년 데뷔 후 처음 선보이는 스크린 진출작인 만큼 독립영화임에도 크게 주목받았다.

더욱이 한소희는 이 작품으로 과감히 '퀴어 멜로'에 도전, 흥미롭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폭설'은 하이틴 스타 설이(한소희 분)와 운명처럼 가까워진 배우 지망생 수안(한해인 분)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엇갈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겨울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폭설'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5년 전, 2019년 크랭크인 했기에 한소희의 데뷔 초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점도 기대 포인트였다. 넷플릭스 '마이 네임' '경성크리처' 시리즈 등 굵직한 대작의 강렬함과는 전혀 다른 감성 열연이 담긴 바, 최근 행보와는 확실한 차별점을 띠며 팬들의 반가움을 자아냈다.

한소희가 맡은 캐릭터 또한 본체와 싱크로율이 딱 들어맞으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한소희의 과거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이미지를 처음 봤는데, 그때 사실 너무 놀랐었다.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동시에, 눈빛엔 저항적인 느낌이 있어서. 이게 같이 어우러져 보이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너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디션 없이 바로 캐스팅 제의를 드렸다"라는 이유로 한소희를 섭외했다는 윤수익 감독. 설이는 이 같은 한소희 본연의 매력이 잘 묻어난 인물로 퀴어 소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무리 없이 몰입하게 만든 요인이다.

'폭설' 속 한소희
설이는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내면엔 불안과 혼란을 안고 있는 하이틴 스타. 수안에게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한편, 성장과 갈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을 지닌다. 실제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한소희와 다르지 않을 인간적인 고찰에 빠져 있기에, 공감을 부른다.

더군다나 이는 한소희가 눈부시게 말간 얼굴을 드러낸 뒤 표출하며 가슴에 사무친다. "10살 때부터 방송 일을 시작해서,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하는 시선과 맡은 배역만 생각한다.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다. 뭘 한다 한들 '얼굴값'이나 하라고 하겠지"라며 "불안하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잊어버린다 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하루종일 인터넷을 검색한다. 의미 없다는 걸 다 알면서 말이다. 나 바보 같지?"라는 대사를 절절하게 읊조린다.

결국 한소희의 떡잎부터 달랐던 아우라와 호연 덕에 윤수익 감독의 기획 의도가 선명해질 수 있던 것. 윤 감독은 "한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신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면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고통이 되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몰락한 이야기가 설이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우리가 어떤 아름다운 사람을 볼 때 갖는 기대가 있고 고정관념의 틀에서 그들을 보는 부분이 있지 않나. 이로 인해 아름다움을 가진 당사자는 자유가 제한되고 우울하고 불안해지고. 이런 점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싶어 만든 영화였다"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폭설' 스틸
다만 안타까운 건 '폭설'은 '오직 한소희'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미모와 연기 모두 '열일' 하는 한소희에 못 미치는 엉성한 작품성으로, 관객들이 러닝타임 87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기 때문. '설이', '수안', 또 수안을 '바다'에, 설이를 '폭설'로 자연으로 상징하여 네 챕터로 나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인데 사실상 챕터1 '설이'에서 밑천이 바닥났다 보니 뒷심이 떨어진다. 조각 난 챕터들이 말미에 이르렀음에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완성도가 부족하여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별다른 감흥이 안 느껴지는 이유다. 설이를 비롯해 수안까지 무게감이 상당하지만 촘촘하지 않은 서사 탓에 의미 없이 겉멋만 잔뜩 든 꼴이 된 것도 문제다. 이들을 자연에 빗댄 것도 작위적으로 결말에 어떤 반전을 실으려 한들 해석의 여지없이 되려 뻔하게 다가온다. 감성을 위한 감성 영화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라, 무슨 엔딩으로 매듭짓든 감동이 있을 리 만무하다.
'폭설' 스틸
뿐만 아니라 '퀴어 멜로'인데 '멜로'가 빠졌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 '폭설'이다. 수안 역의 한해인은 첫 등장부터 과장된 발성으로 혼돈을 안기는 바, 고등학생 시절임을 감안하고 흐린 눈을 한 것이 무색하게 10년 후 시점의 성인 연기는 변별력이 없었다. 물론, 캐릭터의 매력을 잃은 것도 크지만 시종일관 어색한 연기력으로 애써 쌓아 올린 한소희의 감정선을 해치며 둘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엿보기 어렵다. 진한 키스를 나누며 "우리 멜로 아니었어? 이래도?"라고 폭발하는 한소희 덕에 그나마 '사랑 이야기' 외피를 지킬 수 있었다.

'폭설'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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