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묘한 기업들이 많다. 어떤 회사는 학습지 사업을 하면서 정수기와 화장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전자제품을 만들면서 건설업도 진행한다.
하지만 '자동차 모터'와 '소총'을 모두 만드는 회사를 마주하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무제표의 숫자를 따라가 보면 이 이질적인 사업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기술적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SNT모티브다.
SNT모티브의 지난 6년간(2020년~2025년) 손익 구조는 이 회사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2021년 9417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1조1362억원으로 정점을 찍으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24년 매출은 9688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5년에는 다시 1조63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반등에 성공한다. 2025년 기준 SNT모티브 전체 매출액의 76.7%가 모터·엔진부품·현가장치 등 자동차 부품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회사는 1981년 한국형 소형 총기류를 제조하는 방위산업을 모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방위산업에서 축적된 금속 정밀 가공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최근에는 GM과 현대기아차에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용 구동모터 핵심부품과 드라이브 유닛을 공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매출액 반등만이 아니라 사업부별 영업이익 분포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모터와 GM향 오일펌프 판매가 실적을 견인했으며, 방산 수출은 2019년부터 300억~400억원의 이익을 올리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5년 영업이익 1025억 원은 자동차 부품의 제어 기술과 방산의 초정밀 가공 기술이 만들어 낸 시너지 숫자다.
전혀 다른 업종 2개를 한 회사가 영위하는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지주사인 SNT홀딩스와 최대주주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SNT모티브의 지배구조는 ‘SNT모티브←SNT홀딩스(지분 45.12%)←최평규(지분 50.76%)’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SNT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엔지니어 출신 최평규 회장이 있다.

지주사격인 SNT홀딩스 사업부문 구분은 크게 차량부품·산업설비·기타로 나눠진다. 최 회장은 기술보국(技術報國) 철학 아래, 경영난에 처했던 통일중공업(SNT다이내믹스)과 대우정밀(SNT모티브)을 인수했으며, 자동차를 넘어 에너지와 로봇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NT에너지는 2008년 SNT홀딩스로부터 인적분할한 공냉식열교환기 및 폐열회수장치 제조업체다.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400% 증가해 1113억원을 기록하며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여기에 2025년 설립된 SNT로보틱스와 스맥(SMEC) 인수를 통해 SNT그룹은 '산업용 로봇'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SNT그룹은 엔진에서 모터로, 소총에서 로봇으로 멈추지 않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룹의 지휘부 격인 SNT홀딩스는 무리한 차입 없이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철저히 축적, 어떤 위기나 대규모 투자(M&A 등)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우량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종속회사를 포함하는 2025년 연결 기준 SNT홀딩스의 자산총계는 전년 대비 15.17% 증가한 3조2623억원, 자본총계는 12.19% 증가한 2조393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6.31%에 불과하다. 또 현금및현금성자산(3880억원), 단기금융상품(6395억원), 단기금융자산(639억원)을 모두 합친 약 1조원의 유동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현금이면 자회사들의 선제적 R&D와 미국 등 글로벌 공장 증설, 스맥(SMEC)이나 로봇 회사 등의 신규 인수를 지원할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자동차 관련 기업으로 SNT모티브의 재무제표를 살펴봤지만 보면 볼수록 '회사의 주력 산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진다. 남는 공통점인 '쇠를 깎고 전기를 다루는 최고의 정밀기술'이 도드라진다.
최고 경영자의 의지부터 곳곳에서 입증되는 숫자는 차를 만들면서 총도 제조하는 '이상한 회사'가 아니라, 정밀 가공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사업의 결과물이다.
재무제표 칼럼니스트의 한 줄 인사이트
"업종이 아니라 '정밀 기술'로 설명되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