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함에서 오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정통 SUV, 포드 익스플로러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자동차 시장에서 한동안 이어질 유행 중 하나는 차량의 대형화일 것이다. 집도 크면 클수록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은 것처럼, 자동차도 크면 클수록 탑승자들이 더 편하게 탈 수 있고 짐도 여유 있게 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소형차량 선호도가 낮아져 단종 수순에까지 들어가는 상황을 보면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다 개개인의 선택이기도 하고 내 가족을 더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인 것인데.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도 소형급보다는 중형 이상의 차량이 주로 판매되는 분위기고, 수입 브랜드에서도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소형급은 거의 판매하지 않는 실정. 이런 차량 대형화의 선두를 이끌었던 브랜드라면 미국 브랜드를 꼽을 수 있다. 애초에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 역시 길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좁은 차량에서 힘들게 가는 걸 자처할 필요가 없으니 브랜드도 이에 맞춰 큰 차량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런 미국 브랜드의 제품들 중에서도 SUV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형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산이든 수입이든 할 것 없이 대형 SUV 하나쯤은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브랜드들 중에서도 포드는 미국의 대표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 익스플로러는 국내 시장에서 포드가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제품이다. 당시로는 대형 SUV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을 만큼 높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2세대 모델부터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익스플로러는 벌써 4번의 세대교체를 맞았는데, 이번에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국내에 출시되며 시승회가 마련되어 지난 3일 현장을 찾았다.

수명주기가 길다 보니 부분변경이든 풀체인지든 매번 변화 폭이 적지 않은데, 이번 6세대 부분변경 역시도 이전과 적잖이 달라진 모습이다. 먼저 외관에선 전면부가 상당히 달라졌는데, 헤드라이트와 그릴을 하나로 묶는 구성은 전과 동일하지만, 역사다리꼴 구성에서 사각 형태의 그릴 상단 좌우로 헤드라이트를 덧붙인 모습으로 달라졌다. 그릴 디자인은 플래티넘 사양에선 촘촘하게 구성하던 이전과 달리 개별 요소의 크기를 키우고 성기게 배치했고, 이번에 새로 도입된 ST-라인은 플래티넘에 비해 촘촘한 구성이지만 크롬 대신 블랙 컬러를 사용했고 둘 모두 가로선을 배제해 한결 깔끔한 모습이다. 후면에서는 테일게이트까지 라이트를 확장하고 좌우 라이트를 크롬 장식으로 이어 차체가 더 넓어보이게 디자인했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5,050mm, 전폭 2,005mm, 전고 1,780mm에 휠베이스 3,025mm다.

실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확대된 것으로, 크기도 2019년 6세대 모델 첫 출시 당시엔 8인치였던 것이 2021년 플래티넘 출시와 함께 12.3인치로 커졌고, 이번에 13.2인치로 더 넓어졌다. 커넥티비티 기능으로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을 실행할 수도 있고, 국내 출시 사양은 KT와 협업을 통해 국산 내비게이션이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이번 신제품에서는 물리 공조장치 제어부가 사라지고 센터 스크린 하단에서 제어가 가능하도록 변경했는데, 최근 시장에서 이런 전자식 제어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 점을 보면 다음 세대에서는 다시 부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오디오 시스템은 뱅앤올룹슨 제품이 탑재됐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 도입에서는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미국에선 무려 8개에 달하던 트림을 4개로 축소했고, 국내에는 이 중 플래티넘과 함께 처음으로 ST 모델이 도입된다. 차이로는 전면 그릴의 경우 플래티넘과 달리 검정색에 좀 더 촘촘한 디자인의 메시 인서트로 바뀌었고, 실내에는 스포티함을 살리기 위한 레드 컬러의 스티칭과 블랙 오닉스 색상의 패브릭 마감재를 더했다. 2열은 독립형의 캡틴 시트를 적용해 총 6명이 탑승 가능하고 2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가운데 공간을 통해 승하차가 용이하다. 국내 출시 사양에는 스트리트 패키지를 적용해 21인치 알로이 휠과 퍼포먼스 브레이크, 레드 컬러의 브레이크 캘리퍼로 변경된다. 플래티넘 패키지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모하비 더스크 색상의 가죽 마감재를 사용하고, 1열에 통풍 시트 적용, 2열 벤치 시트 적용, 20인치 휠을 적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양평까지 약 65km를 다녀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자동차전용도로로 올라섰는데, 조금이라도 시승이 편하려면 이런 곳에서는 주행보조기능이 제격이다. 포드 제품에는 ‘코-파일럿 360 어시스트 2.0’이라는 이름으로 통합 주행보조 및 안전 시스템이 탑재된다. 가장 먼저 작동시킨 건 역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카메라와 레이더로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일정 거리를 유지해준다. 기능 작동은 매끄럽고 자연스러운데 계기판의 차간거리 아이콘이 작아 잘 보이지 않는건 아쉬운 부분이다. ACC 기능과 함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함께 활성화되는데, 근래 타본 시승 차량 중 개입하는 정도가 꽤 강한 편이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을 듯한데, 그래도 이제는 보편화된 기능이어서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강하진 않을 듯하다. 이 외에도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차선 유지 시스템, 360도 카메라 등이 함께 탑재된다. 그리고 SUV답게 다양한 지형을 달릴 수 있도록 사륜구동 베이스에 지형 관리 시스템이 더해져 일반, 에코, 스포츠 외에도 미끄러운 길, 견인/끌기, 오프로드 중 하나를 선택해 노면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최대 2.2톤(5,000파운드)의 트레일러나 캠핑카 등을 끌 수 있는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도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트윈 터보 방식의 2.3L 에코부스트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m의 성능 덕분에 큰 덩치에도 추월 가속에서 시원하게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답답하지 않아 좋다. 개인적으로야 터보보다는 자연흡기 방식을 선호하지만, 이 차를 내가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유지비가 저렴한 쪽에 더 끌릴 수밖에 없고, 배기량이 높은 자연흡기보단 터보 엔진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그래도 포드에서 터보랙을 줄이기 위해 트윈 터보를 적용해 꽤 즉각적으로 힘이 뻗어나오는 편이고, 변속기도 빠릿하게 필요에 맞는 단수를 찾아가기 때문에 원하는 순간에 적절한 파워를 보여준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주면 더 공격적으로 회전수를 높여가긴 하는데, 훅 떨어지는 연비를 보면 바로 에코로 되돌리게 만든다. 그래도 기본 공인 연비가 8.9km/L니 너무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가솔린 대형 SUV치고 꽤 괜찮은 연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촬영 때문에 잠시 뒷좌석에도 앉아봤는데, 확실히 대형 SUV라 그런지 널찍널찍한 점이 좋다. 시승차량은 ST-라인이어서 2열에 캡틴 시트가 적용됐는데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듯하다. 예를 들어 가족을 태우고 다닌다면 벤치 시트가 더 낫겠지만, 상황에 따라 의전용으로 써야 한다면 캡틴 시트가 더 나을 것이다. 여기에 2열은 슬라이딩 기능도 더해져 있어 뒷좌석 탑승자가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ST-라인은 1열에 통풍 시트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는데, 플래티넘과의 가격차를 고려하면 저렴하게 구매한 후 통풍 시트는 나중에 사설 업체를 통해 장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ST-라인이 6,290만 원, 플래티넘이 6,900만 원이다. 2021년에 플래티넘 사양이 처음 출시됐을 때의 가격이 6,760만 원이었으니 3년이란 시간과 업그레이드된 요소들을 생각하면 거의 가격 변동이 없는 셈. 여기에 ST-라인이라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추가됐으니 필요나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디자인 면에선 차분함을 선호한다면 플래티넘 사양을, 스포티한 감성을 원한다면 ST-라인이 제격일 것이다.

그리 긴 시간의 시승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기억에 남는 건 넓은 공간과 넉넉한 성능에서 오는 여유로움이었다. 확실히 넓은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만든 차답게 공간 구성도 여유있고, 성능도 시내나 고속도로 어디서든 필요한 만큼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정도를 갖추고 있다. 4인 정도의 가족이 함께 타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싶다면, 그 과정에서 공간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익스플로러가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