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 강력한 슬로건이 아닐까. 나이키의 'Just do it'부터 '애플'의 'Think Different'까지, 슬로건은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단 한 줄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 메시지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 슬로건 속, 특별한 이야기들을 파헤쳐 보고 CEO들의 명언을 되새겨본다.
Just do it 일단 해봐!
나이키
도전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나이키의 'Just do it'은 1988년 TV 광고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80대 노인이 이른 아침, 상의를 벗은 채 조깅을 즐기는 모습은 당시앤 충격적이었다. 추운 날엔 틀니를 로커에 둔다는 그의 유머러스한 한마디가 화룡점정.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건강한 삶과 유쾌한 도전 정신이 'Just do it'의 본질이다.
지난 30년간 나이키는 이 슬로건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왔다. 사회 곳곳에 도사린 차별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메시지는 브랜드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었다. 인종, 성별,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나이키의 목소리는 날로 선명해졌고, 운동화 제조사였던 나이키는 진정한 스포츠 브랜드가 되었다.
사형수의 말에서 착안
이 슬로건은 당시 나이키 광고를 진행한 대행사 위든 앤 케네디의 공동 설립자 댄 와이던이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말인 “Lets do i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마뜩잖게 생각하는 나이키 관계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슬로건 중 하나가 됐다.
"불가능은 없다."
- Phil Knigh, 나이키 설립자 명언
I'm lovin' it 난 그것을 좋아해
맥도날드
"ba-da-ba-BA-BAAA" 마법 같은 다섯 음표
2003년 독일 광고대행사 Heye & Partner가 제안한 "Ich Liebe Es"라는 문구는 I'm lovin' it 의 시발점이다. ‘ba-da-ba-BA-BAAA’는 음악 제작사 Mona Davis의 작곡가들이 와인 한 잔과 함께 탄생시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목소리를 입고 파격적인 전략으로 세상에 등장했는데, 광고 음악을 대중음악으로 먼저 알리는 역발상이었다.
물론 논란도 있었다. 래퍼 푸샤 T는 자신이 이 곡의 작사가라고 주장했지만, 원작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런 잡음조차 'I'm Lovin' It' 캠페인의 영향력을 더 키워냈다. 오늘날 비욘세가 이끄는 데스티니스 차일드부터 BTS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이 다섯 음표를 재해석하는 중이다.
'I'm Lovin' It'은 세트 메뉴처럼 맥도날드와 떼어낼 수 없게 되었다. 과거 맥도날드의 'Mac Tonight'이나 'We love to see you smile' 같은 캠페인들은 이제 희미한 기억이 되었지만, 이 다섯 음표는 여전히 우리의 식사 테이블 위에서 울리고 있다.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다. 다만 그 하루를 위해 30년을 기다려야 했을 뿐이다."
- Ray Kroc, 맥도날드 설립자 명언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
애플
세상엔 남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애플 CEO로 복귀한 후, 애플이 건재하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강렬한 슬로건을 고민했다. 이때 그가 선택한 슬로건이 바로 ‘Think Different’다. 슬로건에 걸맞게 애플은 남다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왔다.
1998년 곡선 형으로 마감한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 2001년 뮤직 플레이어 ‘아이팟’,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 등 혁신 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애플의 슬로건은 잡스가 라이벌로 여긴 IT 기업 IBM의 슬로건 ‘Think’를 변형한 것이다. 잡스는 IBM과 다르게 생각해야 애플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이뤄냈다.
"단순하기 위해서는 복잡함을 이해해야 한다."
- Steve Jobs, 애플 설립자 명언
Be Stupid 엉뚱하라
디젤
엉뚱한 바보가 세상을 바꾼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디젤은 2010년 ‘Be Stupid’라는 슬로건을 선보였다. 똑똑함에 반기를 드는 바보가 되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도전정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함, 원초적이고 가식 없는 마인드 등을 지닌 사람이다. 디젤은 ‘stupid’에 대한 인식을 정반대로 바꾸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광고도 엉뚱해야 한다
이런 슬로건을 뒷받침하기 위한 디젤의 광고 이미지도 남달랐다. CCTV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여자를 시작으로 코끼리 코에 올라탄 사람, 담벼락에 걸터앉아 바이크 타는 시늉을 하는 사람 등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는 ‘바보’들을 시리즈로 소개했다. 이 광고는 2010년 칸 국제광고제 옥외광고 부문에서 최고 상인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았다.
"내 엔진은 오늘날 꿈이다. 아직 모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Rudolf Diesel, 디젤 설립자 명언
Think 생각하라
IBM
몸이 아닌 머리로 일해라
1911년 설립한 IBM은 컴퓨터 제조부터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사업을 다각화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IBM의 슬로건 ‘Think’다. 그 의미는 ‘우리는 발로 뛴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일한 대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컴퓨터공학을 다루는 회사답게 잘 만든 제품이 곧 경쟁력임을 강조한 것이다.
IBM은 회의실, 공장, 건물 출입구, 식당은 물론 회사 문서에도 이 문구를 새겨 넣었다. 또 대공황의 충격에 휩싸여 있던 1932년 1월에는 연 매출 6%에 달하는 100만 달러를 들여 기업 연구소를 세웠다.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혁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IBM이 지금까지 건재한 이유는 ‘Think’ 덕분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율을 두 배로 늘려라."
- Thomas J. Watson, IBM 설립자 명언
Don’t be Evil 악해지지 말자
구글
기업과소비자의상생 철학
2000년대 초, 구글이 내세운 사업 철학 중 하나다. 검색 엔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니 만큼 단기이익만을 좇아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 생기기 전, 배너 광고를 거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로써 구글은 검색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얻게 됐다.
하지만 중국시장 진출을 시도하면서 중국 당국의 검열기준에 맞춘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등 사업철학과는 다른 행동을 하기도 했다. 회사 규모가 커진 탓일까? 2018년에는 구글 윤리강령에서 ‘Don’t be Evil’을 삭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약 20년간 구글을 지탱해온 근간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옳은 일을 하라는 뜻인 ‘Do the Right Thing’이라는 슬로건이 그 자리를 채웠다.
"세상을 바꾸고 있다면,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 Larry Page 구글 설립자 명언
Because I’m Worth it 나는 소중하니까요
로레알파리
사회적공감대가성공 비결
한 여성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Because I’m Worth it”이라고 말한다. 1973년 로레알파리가 선보인 모발염색제 광고의 한 장면이다. 주변 시선은 신경쓰지 말고 염색 여부와 머리 색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1970년대 미국에선 여성해방운동이 한창이었다. 이 광고는 ‘주체적 여성이 되자’는 당시 사회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해 큰 인기를 얻었다. 뉴욕광고대행사에 근무하던 23세 여성 카피라이터가 지은 이 슬로건 덕분에 로레알파리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세월이 변하면서 “Because You’re Worth it”(당신은 소중하니까요), “Because Were Worth it”(우리는 소중하니까요) 등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회사는 벽과 기계가 아니라 사람, 사람, 사람이다."
- Eugène Schueller 로레알 파리 설립자 명언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디다스
듣기만해도 피가끓는 한마디
아디다스는 오랫동안 ‘Forever Sports’라는 슬로건을 사용했지만 나이키의 ‘Just do it’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러다 2004년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며 브랜드 인식전환에 나섰다. 해당 광고에는 한때 하키와 스케이트보드 선수였으나 두 다리가 마비된 스테이시 코헷이 등장한다. 스케이트 슬로프 위에서 휠체어를 탄 채 “Impossible is Nothing”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스타의 과거에 감정이입
2007년에는 리오넬 메시, 데이비드 베컴, 길버트 아레나스 등을 기용해 힘든 과거를 이겨낸 스포츠 스타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려운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한계를 넘어서 보자는 희망적 메시지에 많은 이가 감동했다. 이는 나이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아디다스에 꼭 필요한 말이었을 것이다. 이 슬로건을 통해 아디다스도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혁신하라, 모방하지 마라."
-Adolf Dassler 아디다스 설립자 명언
Think Small 작게 생각하라
폭스바겐
고정관념에 정면 도전
1959년 미국 광고 회사 DDB는 작지만 실속 있는 차, 비틀을 광고하기 위해 ‘Think Small’이라는 카피를 생각해 냈다. 크고 출력이 강한 자동차를 선호하던 미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작은 크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대신 연비가 높고 성능이 뛰어나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크기뿐 아니라 다른 요소도 중요함을 효과적으로 알려준 것이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1962년 미국 내 수입차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Think Small’ 캠페인은 광고 전 문지 <애드에이지(Ad Age)>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광고 캠페인’에 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 Herbert Diess 전 CEO 명언
We Try Harder 우리는 더 노력합니다
에이비스
솔직함만큼 믿음직한 것은 없다
1960년대에 스스로 2인자임을 인정한 광고가 등장했다. 더 노력하겠다는 담담한 고백과 함께. 미국 렌터카업체 에이비스의 광고 카피 ‘We Try Harder’가 그것이다. 당시 미국 렌터카 시장은 헤르츠가 시장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하는 1등이었고, 에이비스는 그 뒤를 이어 2등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슬로건 ‘Think Small’에 크게 감명한 에이비스는 DDB를 찾았다. DDB는 에이비스에 무조건 자신들이 만든 슬로건을 사용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에이비스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DDB의 기발함과 에이비스의 결단력 덕분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한 슬로건이 탄생했다. 에이비스는 슬로건에 걸맞게 고객 서비스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이 30%까지 치솟으며 선두 기업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리더는 어떤 공도 필요치 않다. 그는 이미 필요 이상으로 공을 인정받고 있다."
- Robert Townsend, 에이비스 전 CEO 명언
ㅣ 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김진우(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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