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PC, 다양성 확장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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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공주 논쟁' 스페셜 ①] 디즈니의 PC, 다양성 확장 '찬성'

과도한 'PC' 주의의 대한 반감일까. 흑인 배우의 인어공주 캐스팅에 대한 거부감일까.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가 작품 자체보다 캐스팅 등 제작 방향을 둘러싼 이슈에 휘말렸다. 핵심은 디즈니가 최근 'PC'(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편의 영화에 부여되는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하기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타나는 일부의 반응은 공격적이기도 하다.

그 여파 탓일까. '인어공주'는 5월24일 개봉해 3일까지 53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인어공주'의 선택을 '실패'로 치부할 수는 없다. 맥스무비가 '인어공주' 논쟁을 찬, 반 양론으로 짚었다. '다양성의 확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 VS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한 선택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각각 소개한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흑인 인어공주가 어때서? '화이트 워싱' 논란 벌써 잊었나

'인어공주' 제작진이 주인공 에리얼 역으로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를 선택했을 때부터 어쩌면 지금같은 '논쟁'은 예견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캐스팅은 '인어공주'를 통해 현재를 살피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디즈니의 지향을 드러낸다. 오랫동안 '디즈니의 공주는 백인'으로 고착된 상징성을 스스로 부수는 시도이고, 영화야 말로 다양성의 기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매체라는 사실 역시 증명한다. 과감한 디즈니의 선택은 그래서 반갑다.

'인어공주'를 연출한 롭 마샬 감독은 지난해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할리 베일리가 흑인 배우라서 캐스팅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찾을 뿐"이라며 노래 등 재능을 갖춘 적임자를 발굴했다는 설명. 물론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즈니가 '흑인 인어공주' 전략을 수립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할리 베일리의 재능이 캐스팅의 가장 큰 이유라는 사실까지 부인하기 어렵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실제로 할리 베일리는 10대 시절 언니와 듀오를 결성해 재능을 과시했고, 팝스타 비욘세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물론 해외 투어 콘서트에 동참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재능은 '인어공주'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광활한 심해를 유영하며 내뱉는 에리얼의 노래들은 34년 전 평면적일 수밖에 없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완성도를 갖췄다.

캐릭터도 입체적이다.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는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원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도전은 비단 왕자와의 사랑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지의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그를 움직이는 동력, 삶을 개척하는 힘이다.

'입양된 왕자'로 설정된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도 마찬가지. 권력과 권위보다 바다를 향한 모험심을 동력 삼아 에리얼과 새로운 세상에 나서는 인물이다.

● '인어공주'의 선택, 세상을 바꾸는 변화

사실 디즈니는 '인어공주'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종과 성(性), 세대를 아우르고 포용하는 기획을 시도해왔다.

양조위가 출연한 마블 시리즈 '샹치 텐 링즈의 전설'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기는 라이브액션 '알라딘'에서는 인도계 등 주인공들을 발탁했고, 마블스튜디오 역시 일찍부터 다인종 히어로로 영역을 넓혀 '블랙팬서' '샹치 텐 링즈의 전설' 등을 선보였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상대하는 디즈니가 자국을 넘어 더 넓은 시장을 타깃 삼으려는 기획이기도 하다.

수익을 위해서든, 다양성을 위한 전략이든, 디즈니의 이런 시도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오랜 세월 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으로 캐스팅하는 일명 '화이트 워싱'을 고집하면서 매번 인종 차별 논란을 일으킨 사실을 떠올리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일부에선 지나친 강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국내서 대부분 PC주의 프레임으로 '인어공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바이럴'이 영화 한 편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환경에서 '인어공주'는 작품 자체로 평가받을 기회보다 캐스팅으로, PC주의를 강요한다는 측면으로, 날선 공격 대상에 놓여있다.

영화 '인어공주'의 에릭 왕자 (사진제공=월트디지니컴퍼니코리아)

외신까지 국내 상황에 주목한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최근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언급하면서 "영화 별점 사이트에 부정적인 리뷰가 의심스러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어공주'는 북미보다 해외 성적이 저조하다.

1일 기준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인어공주'의 총 매출 2억2456만8193달러(약 2950억원) 가운데 64.8%가 북미에서, 나머지 35.2%는 해외에서 거뒀다. '내수'에서 더 통한다는 뜻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 개봉해 해외서 더 많은 매출을 거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41.7% VS 58.3%),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22.7% VS 77.3%)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난다.

● 다양성 포용, 글로벌 콘텐츠의 추세

논쟁의 중심에 '인어공주'가 있지만 최근 글로벌 콘텐츠의 다양성 포용 시도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브리저튼' 시즌2 스틸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브리저튼' 시리즈 역시 이런 흐름에 올라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브리저튼'은 시즌1에서 흑인 배우 레지 장 페이지를, 시즌2에서는 인도 출신 여배우 시몬 애슐리를 주인공으로 각각 내세웠다. 보수성 짙은 1800년대 런던 사교계를 배경으로 귀족 가문들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란 점을 고려하면 백인 일색의 주인공에서 벗어난 반전의 캐스팅은 고정관념을 부수면서 세계관의 확장도 이끌었다.

최근 공개한 스핀오프 '샬럿 왕비:브리저튼 외전'에서는 19세기 영국 왕비가 흑인이었다는 설정의 이야기로 또 한번 과감한 선택을 했다. 어떤 작품이든 반응은 나뉘기 마련. '브리저튼' 역시 상업성을 노린 캐스팅이란 비판도 받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도는 이미 거스를 수 업는 흐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