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CSM 2200억 증발…'계리가정' 충격에 재무부담도 눈덩이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사옥 전경 /사진=박준한 기자

우리금융그룹 동양생명의 보험계약마진(CSM)이 1년 새 2200억원가량 줄어들며 재무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계리가정 변경의 여파로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지켜온 2조5000억원의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파장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금융 편입 이후 후광효과도 미미해지는 가운데 동양생명은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1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지난해 4분기 기준 누적 CSM이 2조4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8.0% 감소하며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조정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 4분기 계리가정 변경 효과로만 4052억원이 줄었고, 경상조정 및 기타 요인으로 89억원이 추가로 감소했다. 단일 분기 기준 4141억원이 빠져나가며 연간 감소 폭을 키웠다.

연초부터 누적된 조정에 따른 부담도 이어졌다. 1분기와 3분기에는 계리가정과 경상조정이 동시에 반영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2분기에는 일시적으로 부담이 완화됐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커지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신계약 CSM을 웃도는 규모의 조정이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계리가정을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흐름을 CSM 조정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본다. IFRS17 체제에서 할인율, 유지율, 위험률, 해지율 등이 실적에 직접 연결되면서 금리 변동성과 규제 환경을 반영해 가정을 다시 설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SM 조정 폭 확대는 업계 전반적인 흐름"이라며 "금리 변화에 따른 할인율 조정과 의료비·사망률 전망 반영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CSM 조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IFRS17 도입 이후 매년 상당한 규모의 CSM 조정과 상각을 반복하며 보험영업이익을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도 2468억원의 CSM을 상각하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조정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며 누적 CSM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자료 정리=박준한 기자

신계약 CSM 둔화도 부담 요인이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신계약 CSM이 7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조정과 상각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했지만, 지난해에는 규모가 5000억원대로 줄었다. 이에 조정과 상각을 감당할 만큼의 신계약이 쌓이지 않으며 누적 CSM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계약 둔화는 당기순이익 감소와 함께 나타났다. 지난해 동양생명은 예실차가 적자로 전환되며 수익성이 약화됐다. 여기에 CSM 상각에 따른 보험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1% 감소하며 실적과 주요 영업 지표가 동시에 둔화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동양생명은 보장성보험 중심 전략을 유지해왔지만 종신보험에서 파생된 신계약 CSM이 최근 빠르게 줄었다.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에 따른 상품구성 다변화 효과도 제한되며 포트폴리오 측면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상품군의 부진이 전체 신계약 CSM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금리와 위험률, 유지율 가정을 동시에 조정하면서 CSM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신계약 성장세가 둔화된 회사일수록 조정 부담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보장성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상품 경쟁력과 채널 효율을 함께 높이고 있다"며 "계리가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해 CSM 변동성을 줄이는 한편 신계약 기반을 점진적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마케팅 기능 강화를 위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체제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DB 영업체계 운영을 위해 마케팅본부를 격상했다"고 덧붙였다.

박준한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