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눈부신 업그레이드, 올닉 케이블에 또 감탄하다

AllnicZL Technology
ZL-3000 MK2 Speaker · Power Cable

대한민국 진공관 앰프 제작사 올닉(Allnic)이 케이블 제작을 선언한 지 벌써 9년이 흘렀다. 2015년 ZL(Zero-Loss) 테크놀로지가 투입된 ZL-3000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이 처음 나왔고, 이후 뮤 메탈을 실드에 투입한 Mu-7R 인터 케이블, 상급 ZL-5000 시리즈, 은선을 추가한 ZL-8000S 시리즈, 뮤 메탈과 은선을 투입한 Mu-8Rs 인터 케이블 등을 내놓으며 케이블 제작사로서 올닉의 역량을 맘껏 과시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2024년 7월 출시된 ZL-3000 MK2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 말 그대로 ZL-3000의 후속 버전인데, 현재 개인 시청실에서 오리지널 ZL-3000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을 쓰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도 감회가 새롭다. 참고로 필자는 이들 말고도 ZL-8000S 파워 케이블, ZL-5000 파워 케이블, Mu-8Rs XLR 인터 케이블을 애정하며 쓰고 있다. ZL-3000 스피커 케이블은 B&W 801 D4에, ZL-3000 파워 케이블은 차폐 트랜스에 사용하고 있다.

시청실에 도착한 ZL-3000 MK2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을 보니 피복 색깔이 레드-블랙에서 다크 그린으로 바뀌었다. 필자가 받은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단자가 스피커 터미널 쪽은 바나나, 앰프 쪽은 스페이드인데, 스페이드 단자의 경우 홈이 더 깊어져 앰프 바인딩 포스트에 더 많은 면적이 닿을 수 있도록 했다. 선재와 단자의 연결 부위도 더 길어지고 두터워지고 더 견고해졌다. 파워 케이블은 기기 인렛 단자 체결력이 훨씬 더 늘어났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 모두 선재는 무산소 동선인데, 수년간 비교 청취를 통해 음질적으로 최적화되고, 밸런스가 좋은 두께를 결정했다. 이는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 모두 대전류가 흐르는 전력선이어서 선재 저항(Wire Resistance)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고속도로일수록 도로 표면이 매끄러워야 하는 이치다. 파워 케이블에 흐르는 전기는 특히 임피던스까지 극단적으로 낮기 때문에 선재 저항을 더욱 낮춰야 한다.

케이블 단자와 기기 단자의 접촉 저항(Contact Resistance)은 특허 단자를 통해 획기적으로 줄였다. 파워 케이블의 경우 AC 플러그는 그 끝이 6분할됐고, 안에 고탄성 고무를 집어넣어 플러그와 콘센트의 접촉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단단하게 물리도록 했다. 또한 베릴륨 동을 로듐 도금 및 극저온 처리를 해서 단자의 반발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IEC 단자 역시 일반적인 클립 형태가 아니라 상자 모양으로 제작해서 기기 인렛의 금속봉과 4면에서 접촉하도록 했다. 단자도 금속 소재 중 가장 탄성이 좋은 티탄 동을 사용했다.

스피커 케이블 단자도 앰프 바인딩 포스트와 스피커 터미널에서 이뤄지는 접촉 저항을 최대한 줄이도록 설계됐다. 스페이드 단자의 경우 ‘ㄷ’자형 클립이 위·아래에서 앰프 바인딩 포스트를 향해 밀어내는 힘이 상당해서 한 번 물리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일반 스페이드 단자보다 바인딩 포스트에 닿는 면적이 최소 1.5배 이상 넓다. 바나나 단자 역시 극강의 체결력을 자랑한다. 두 단자 모두 극저온 처리된 티탄 동이며 로듐으로 도금됐다.

선재와 단자를 1000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열 용접하는 것도 ZL 테크놀로지의 핵심 중 하나. 한마디로 선재와 단자를 한 몸체로 만들어 그 어떤 저항과 손실(연결 저항, Linkage Resistance)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납땜 방식은 용접 온도가 300-400도면 충분하지만 저항값이 동에 비해 18배나 높기 때문에 순수한 신호 전달에 부적합하다. 클램핑 방식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헐거워지거나 부식이 되는 단점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청에 들어갔다. ZL-3000 MK2 스피커 케이블은 B&W 801 D4 스피커에, ZL-3000 MK2 파워 케이블은 패스 프리앰프 XP-12에 투입했다. 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으로 소니아 위더 아서톤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1악장을 들어보면, 기존 케이블에 비해 더 낮고 풍성한 첼로의 저음이 나온다. 평소 이 정도로 저음이 낮게 깔린 경우가 없다. 기존 케이블로 바꾸면 저음이 얌전해지고 전체적인 음의 촉감이 밋밋해진다.

앨리슨 발솜과 가이 바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짐노페디 3번 ‘느리고 장중하게’를 들어보면 트럼펫의 고음이 평소보다 한 옥타브 정도는 더 깨끗하고 힘 있게 올라간다. 확실히 프리앰프에 더 양질의 전원이 공급됨으로써 전체적인 사운드의 다이내믹스와 해상력이 좋아졌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Willow’는 베일을 걷어낸 것처럼 무대가 투명하고, 반주음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비요크의 ‘Venus As A Boy’에서는 탁 트인 무대와 싱싱하고 개운한 음을 만끽했다.

티에리 피셔가 유타 심포니를 지휘한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은 평소보다 스케일 큰 무대가 펼쳐진다. 스피커가 공기를 밀어내는 힘 자체가 평소와 다르다. 올닉의 케이블 제작 9년 기술력과 노하우가 이번 ZL-3000 MK2에 집약되었다는 느낌. 올닉 케이블 유저로서 과연 눈부신 업그레이드라 할 만하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비교 청음을 권해드린다. 글 |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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