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번 주사로 감량 효과… 투약환자 3분의 2가 요요 경험[10문10답]
한달치 환자부담은 80만원 안팎
고도비만·고혈압 질환에만 처방
두통·구토 등 부작용 올수도
금주·금연·치매예방엔 도움
한미, 새 개발물질 美서 공개
유한, 후보물질 임상 1상 준비
전 세계적으로 각종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15일 국내에 상륙했다. 비만은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위고비로 감량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귀현상을 빚은 바 있다. 위고비는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각종 대사 질환과 치매 등에도 효능을 보이고 음주·흡연 욕구까지 줄여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전 세계 바이오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도 앞다퉈 신약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위고비보다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진 ‘마운자로’의 국내 시판을 준비 중이다. 위고비는 1주일에 주사 1번으로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판도를 뒤바꿀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지만 부작용 우려도 상당하다.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살펴봤다.
1. 위고비는 어떤 약
위고비는 100년간 당뇨 치료제란 외길을 걷던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우연히 얻은 결과물이다. 이 회사는 당뇨약 임상시험 중 시험대상자 체중이 감량되는 효과를 발견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가 인체 내 호르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곧바로 임상시험에 착수, 2014년 주사 방식의 비만치료제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았다. 이후 투약주기를 늘린 위고비를 내놓았다. 삭센다는 매일 투약해야 하지만 위고비는 주사제를 일주일에 1번씩 한 달간 투여하면 된다. 위고비는 GLP-1 유사체 기반 세마글루티드 성분 치료제다. 당초 ‘오젬픽’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됐으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되자 2021년 미국에서 비만치료제로 처음 판매됐다.
2. 처방대상과 가격은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15일 오전 9시부터 자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물량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출하가격은 주사 펜 하나당 37만2000원이다. 유통비·진료비 등을 더하면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80만 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는 펜 하나당 4회 쓸 수 있고, 일주일에 한 차례 투여하는 만큼 한 달 치 비용 역시 80만 원 정도다. 1년간 장기 투약하는 경우 비용이 약 1000만 원에 달할 수 있다. 정부는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위고비 처방 대상을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상혈당증 등)이 있는 성인 비만환자로 제한했다.
3. 부작용은 없나
위고비는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 우려도 상당하다. 임상시험에 따라 허가범위 내 사용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두통과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탈수로 인한 신장 기능 악화, 급성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게는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다이어트 약에서 흔히 보이는 ‘요요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연구사례 중에는 위고비를 투약받았던 환자 중 3분의 2 정도가 약을 끊은 후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위 무력증, 장폐색 같은 심각한 위장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위고비는 단순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닌 만큼 의사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 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4. 다른 질환에도 효과 있나
위고비의 주성분은 GLP-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한 세마글루티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데 비만을 비롯해 비만 탓으로 발병 위험이 커지는 심뇌혈관 질환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뿐 아니라 암과 알츠하이머,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위고비의 경우 면역세포가 보유한 GLP-1 수용체와 결합해 면역기능을 향상하고 염증을 억제하며 질환에 따른 증상을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뇌 염증을 줄이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증상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 욕구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확증을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5. 국내 시판 중인 다른 비만 치료제는
현재 치료 목적으로 국내 사용이 허가된 비만치료제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 장기처방이 가능한 약은 오르리스타트, 펜타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합제, 리라글루타이드 등 크게 4가지다. 지방흡수나 식욕을 억제해 열량 섭취를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인슐린 펜처럼 생긴 제형으로 주로 복부에 맞는 주사제이며 나머지는 먹는 경구용이다. ‘나비약’으로 잘 알려진 펜타민은 뇌 식욕조절 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덜 느끼게 하는 약물이다. 1959년 FDA에서 첫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 다만 의존성이 높아 펜타민만 처방받을 경우 4주 내 단기만 가능하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도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고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마운자로의 체중 감량 효과는 최대 22.5%로 위고비보다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6. 국내 다이어트 산업에 미칠 영향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19년 1341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기준 1780억 원까지 성장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7.3%에 달했으며 글로벌 비만치료제 매출 기준 4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비만인구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5명 중 2명이 비만에 해당하고, 이 중 ‘초고도비만’ 유병률은 최근 10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비만 유병률 확대 등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는 국내에 상륙과 함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국내 1위 비만치료제 삭센다는 식용 치료제이지만 위고비는 매주 1회 복부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이 더 높고, 효능도 뛰어나 삭센다의 수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도 평균 15%대로 삭센다에 견줘 2배가량 높다.
7. 국내 제약사 ‘K-위고비’ 개발 현황은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분주하다. 한미약품은 신개념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을 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공개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할 물질은 체중을 감량하는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유한양행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의 미국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YH34160은 GLP-1 계열로 전임상에서 위고비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능을 보였다. 국내 바이오 기업 인벤티지랩도 위고비와 같은 성분인 세마글루티드의 약효 지속기간을 1개월까지 늘린 주사제 ‘IVL3021’을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동국제약은 1회 투여로 2∼3개월간 약효가 유지되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세마글루티드를 주성분으로 한 장기지속성 주사제다.
8.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과 시장 규모는
위고비의 전 세계적 성공에 힘입어 다른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출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위고비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대표적 경쟁약품은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다. 화이자의 경우 1일 1회 복용하는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을 연구 중이며 또 다른 경구용 비만치료제 ‘GSBR-1290’을 개발 중인 미국 스트럭처 테라퓨틱스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불붙은 경쟁으로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0억 달러(약 14조8665억 원)에 달했다. 다국적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시장 규모는 54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9. 위고비가 덴마크와 글로벌 경제에 미친 영향은
위고비 성공신화에 힘입어 ‘덴마크 국민주’로 발돋움한 노보노디스크는 14일 기준 시가총액이 549조 원에 달해 LVMH(약 482조 원)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라 있다. 전 세계 제약사 중에서도 미국 일라이릴리(약 1197조 원)에 뒤이어 시가총액 2위다. 덴마크 증시만 보면 시총 2위 기업인 DSV(약 71조 원)에 비해 7배 이상 커 위고비 하나가 덴마크 국가경제를 견인한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위고비의 폭발적 판매로 덴마크의 무역수지는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위고비를 구매하려는 미국 달러가 덴마크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달러 대비 덴마크 크로네 가치가 상승하고 덴마크 국내총생산(GDP)도 덩달아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경제가 노보노디스크 한 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 ‘위고비 신드롬’에 따른 사회현상은
위고비를 사용해 효과를 본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위고비 격찬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머스크 CEO는 2022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14㎏을 감량한 비법에 대한 질문에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유명모델 킴 카다시안도 매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아 한 달 만에 7㎏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투여 중 임신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다수 나오면서 난임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로 위고비와 같은 성분의 오젬픽을 투여한 후 임신했다는 경험담이 쏟아지면서 미국에서는 ‘오젬픽 베이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권도경·정철순·박상훈·박지웅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적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상륙… 첫날부터 대란 조짐
- 병원들, 위고비 주문 전쟁… “언제 얼마에 받을지 몰라”
- “일본남자 38명 한국여자 성적굴복 위해 원정”
- [단독]“평양 침투 무인기는 3D프린터 제작 수제조립품…한국군 드론사 유사 무인기와 형상 확실
- [속보]“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무식하면 원래 그렇다”…명태균, ‘김건희 여사’ 문자 공개
- “LG가 맏사위, 유명 연예인 부인 자녀 국제학교 학비 대고 사적 관계 유지”
- “수녀들끼리 성관계”…관객들 구토하고 난리 난 이 오페라
- 방첩사, 보안사령관 출신 전두환·노태우 사진은 다시 걸었는데 김재규는 안 건 이유
- 조한선 “재벌가 사위가 아내에 10억 지원? 한참 웃었다”
- [속보]군산 캠핑장 텐트 안 30대女 숨진 채 발견…동행 男이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