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확정에도...김건희 여사 '비선' 논란으로 맞붙은 韓-친윤
대통령실 "비선 조직 이런 건 없다" 반박
독대 앞두고 韓 기선 제압 나선 친윤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가 내주 초로 14일 확정됐다. 하지만 독대 확정에도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그런 분의 (비선)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고 각을 세웠다.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등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곧장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없다"고 받아쳐, 독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은 10·16 재보궐선거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주 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21일이나 22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韓, 김 여사 문제 핵심 의제로 올릴 듯
흐름상 핵심 의제는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 요인으로 꼽히는 김 여사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는 여러 차레 윤 대통령과 독대 시 김 여사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날도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언론이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국정 신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 대표는 앞서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와 대외 활동 자제도 요구했다. 지난 12일에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국민 우려 해소를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에 '야당의 김 여사 악마화'로 치부하며 버텼던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독대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쇄신 주장에 공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되레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비선조직, 이런 건 없다"며 "대통령실의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친윤계라고 해도 윤 대통령이 정치에 참여한 2021년 이후에야 연을 맺었기 때문에 내밀한 배우자 문제까지 조언하기가 부담됐던 게 사실"이라며 "한 대표는 검사 시절에도 윤 대통령을 여러 번 설득했다고 하니, 이번에도 뭔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의정갈등 해소 방안도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집중했던 한 대표도 재보선 지원과 맞물려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특별히 정해진 의제가 없기 때문에 민생과 민심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 요청 한 달 만에 성사되는 독대는 시점상 재보선 결과가 중요한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 금정구청장이나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한 대표는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독대에서 발언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권성동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 없이 실패"
인적쇄신에 김 여사 비선 논란까지 한 대표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친윤계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친윤석열계 5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총대를 멘 모습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 없이 실패했다"고 한 대표를 직격했다.
권 의원 직격 이후 취재진과 만난 한 대표는 "권 의원 같은 분들이 '탄핵 공포 마케팅'을 한다"면서 "제대로 된 신뢰 정치를 위해서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권 의원은 한 대표 측근 그룹을 가리켜 '도곡동 7인회'라고 지칭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앞서 한 대표 측 인사가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비선라인의 존재를 주장하며 '한남동 7인회'라는 이름을 쓴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당대표실은 공지를 내고 "‘도곡동 7인회’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 사실로 당대표를 음해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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