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금리 8% 시대’ 되면 벌어지는 일
이번엔 ‘점진적 인상’…“집값 영향 크지 않을 수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2021년 9월, 서울 영등포구에 8억원대 오피스텔을 매매한 직장인 이아무개씨. 주택담보대출 5억5000만원과 신용대출 1억2000만원을 받아 '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내 집을 마련했다. 당시 주담대 금리는 3%대, 신용대출 금리는 1%대였다. 그런데 불과 1년5개월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주담대 금리가 8% 가까이 폭등했고, 신용대출 금리는 5%까지 뛰었다. 다달이 갚아야 하는 돈은 이자만 약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2배가 됐다.
1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탓에, 이씨는 가파른 금리 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1주택 갈아타기를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씨에게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시중은행 주담대 최고 금리가 다시 8%대까지 치솟을 조짐을 보이면서다. 영끌족 앞에 다시 혹독한 '이자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8% 주담대, 원금보다 이자가 많아져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담대 상단은 8%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77~7.49%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금리 하단은 0.84%포인트, 상단은 1.26%포인트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4.13~6.58% 수준이다. 이 역시 7개월 만에 하단은 0.42%포인트, 상단은 0.47%포인트 올랐다.
금융업계는 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올리며 본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의 시작을 알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했다고 확신할 때까지 대응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준금리의 최종 종착지는 3.5%다. 키움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분기마다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리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2%대 중반에서 다시 꺾이지 않거나 환율이 올라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경우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지난 2021년 하반기에 시작됐던 고금리 시기도 2023년 1월 기준금리 3.5%를 찍으며 끝난 바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다시 그때와 같은 고금리 국면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만간 '대출 금리 8%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기준금리가 3.5%로 정점을 찍었던 2023년 1월 당시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최고 8.11%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예금은행 전체의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평균 금리는 당시 5.37%였다. 이 평균 금리는 이미 지난 5월 4.23%까지 올라온 상태다. 여기에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까지 반영된다면, 7월 발표치는 과거의 고점을 따라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가 8%대로 뛰게 되면 차주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재 주담대 최대 한도인 6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금리가 4%에서 8%대로 뛸 경우 이자 부담은 약 1.5배로 늘어난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기준으로 월 상환액은 4%일 때 286만원, 8%일 때 440만원으로 154만원 늘어난다. 연간으로 따지면 이자 차액만 1846만원에 달한다. 30년 누적 총이자로 계산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4%로 유지될 경우 총이자는 4억3100만원이지만, 8%가 적용되면 9억8500만원까지 불어난다. 금리 4%포인트 차이가 원금에 맞먹는 5억5400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물리는 셈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엔 집값 폭락…2026년엔 '물음표'
관건은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던 2022년 당시 집값은 고점 대비 40% 폭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8월 96.10에서 2023년 7월 86.30으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노원구가 14.1%, 도봉구가 15.3% 하락하는 등 상대적 외곽 지역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실제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전용 41㎡은 2021년 8월 6억2800만원에 거래됐으나, 2023년 말에는 3억7700만원에 거래되며 40% 하락했다.
당시 영끌족들의 '급매' 물량도 쏟아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헐값에 집을 처분하면서 전체적인 집값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급매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은 물건은 경매로 넘어갔다.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법원에 접수된 전국의 경매 신규 물건 수는 총 4만7944건으로,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인상 속도와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고금리 국면에서는 불과 1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0.5%에서 3.5%까지 수직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시작점 자체가 2.75%로 이미 꽤 높은 상태다. 여기에 금리 정점 예상 시기도 1년 뒤로 늦춰진 만큼, 인상 속도 자체가 완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담대 금리가 이미 7%대까지 올랐음에도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출 수요자들이 이미 고금리 환경을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과거만큼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전세가 상승세도 가팔라진 추세다.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 상승세를 잡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계의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수요를 줄이는 데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주택 시장 상승세를 꺾는 데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수 여력도 확대된 만큼 수도권 주택 가격은 높은 상승세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이며 행정적인 정책과 통화 정책이 조화롭게 운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공급·세제·대출규제 등 정부정책이 뒷받침돼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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