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바뀐 코스피 시총 지형…AI·반도체가 판 흔들었다
삼전 바짝 추격하는 SK하닉…삼전 시총 82.5% 수준까지 ↑
"코스피 상승분 70%가 삼전닉스…스페이스X·FOMC 변수 경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년 넘게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킨 가운데 두 기업의 시총 비중은 코스피 절반을 넘어섰다. 삼성전기는 시가총액 순위가 반년 만에 35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고, 금융·자동차·바이오 대표주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첫 거래일 시총 10위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 현대차, KB금융,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기아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올해 6월 첫 거래일 기준 시총 10위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SK스퀘어, 현대차, 삼성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생명, 삼성물산, HD현대중공업으로 재편됐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8조7000억원(시총 비중 0.58%)에서 올해 5월 68조6000억원(1.21%)으로 늘어난 데 이어 6월에는 149조8000억원(2.08%)까지 급증했다. 시총 순위도 지난해 말 35위에서 올해 5월 11위로 상승한 뒤 이날 6위까지 뛰어올랐다.
삼성전기의 급부상 배경으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 반도체 기판(FC-BGA) 수요 증가가 꼽힌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투자 포인트의 핵심은 공급 부족 상황 속 대규모 증설과 증설 이후에도 확보된 수요에 있다”며 “현재 업황은 2028년 이후 물량 가시성까지 담보할 만큼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KB금융과 기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지난해 12월 시총 4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위권으로 이탈했다.
SK하닉, 삼전 시총 82%까지 추격…코스피, ‘삼전닉스’ 비중 52%
국내 반도체 대장주 양강 체제도 더욱 뚜렷해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596조7000억원에서 6월(이날 기준) 2040조4000억원으로 늘어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391조7000억원에서 1684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속도를 보면 SK하이닉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 시총 비중은 지난해 12월 12.12%에서 6월 23.38%로 11.26%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비중 증가 폭(9.86%포인트)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82.5% 수준까지 올라왔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몸집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12월 첫 거래일 30.58%에서 올해 6월 첫 거래일 51.70%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합산 시가총액은 988조원에서 3724조원으로 3.8배 수준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쏠림 현상 탓에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LS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약 7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에 의해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코스피 상승에 34.3%, 35.5% 기여하며 사실상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시장 폭이 극단적으로 좁아졌다는 것은 상승 동력이 소수 종목에 집중됐다는 뜻”이라며 “이 자체가 향후 증시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이벤트·이슈가 발생했을 때 시장 반응이 평소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도주 장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페이스X 상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미국 정치 일정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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