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만 교체했을 뿐인데...내 집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
조명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노란 빛을 띠는 전구색 조명에서는 노랗게 보이는 것 아니냐, 카페가 아닌 집 안에 전구색 조명을 사용해도 되느냐 등의 조명의 색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다.
전구색, 주백색, 주광색…조명가게나 마트에 전구 하나만 사러 가도 조명 포장에 낯선 용어와 처음 만나게 되니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전구색은 말 그대로 LED 이전의 광원으로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 빛의 색을 나타내는 오렌지빛 색감으로 밝히는 광원이다. 주광색, 주백색은 한낮의 태양광 색상 또는 한낮의 백색광이라는 의미로 눈부시게 밝은 흰색 조명으로 일반적으로 국내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조명의 색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는 거의 선택의 여지 없이 주백색이라고 하는 눈부시게 밝은 흰색 조명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이것은 6.25 전쟁 이후, 부족한 전기에너지로 더 많은 밝기감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성 중심의 광원으로 눈부시게 밝은 주백색 형광등이 빠르게 보급되어 오래도록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전구색 조명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드는 빛의 색으로 카페나 상업 공간에만 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일상 속의 주거 공간에 사용하면 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편안한 공간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유리하다. 다음은 최근 부산지역의 의뢰인 현장 사례로 조명의 색감이 전구색으로 바뀌고 1실 1등 조명방식을 벗어나면 얼마나 달라지는지 느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의뢰인이 사전점검일에 촬영한 사진으로 국내 아파트 인테리어와 실내 조명환경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주백색의 천장 직부등 하나를 설치한 1실 1등의 공간으로 다음 그림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갑고 긴장감이 높은 느낌이 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벽과 바닥 등의 마감재는 그대로 두고 본사의 체계적인 조명계획으로 신축 아파트에 분양받을 당시의 주백색 조명을 걷어내고 전구색의 조명을 새로 배치했다. 일반적인 국내 아파트 인테리어는 분양받을 당시 대부분 건축주가 촬영한 그림과 같이 흰색의 벽지와 고광택 타일로 마감되어 있는 데다가 조명도 주백색, 주광색 등의 차가운 흰색의 확산광으로 되어 있어 불쾌한 눈부심만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명만 바꾸어도 공간의 긴장감을 낮추고 편안한 모습의 쾌적한 조명환경으로 변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 옵션으로 아파트를 계약하고 본사에 조명설계와 납품을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반대로 천장 직부등으로 설치한 ‘1실1등’의 획일적인 조명 환경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예도 있다. 해가 잘 들지 않아 자연광 유입이 충분하지 못한 공간조건에 사용자가 낮에도 실내에서 오래도록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처럼 눈부시게 밝은 조명환경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위한 주거 공간이라면 과감하게 전구색 조명만으로 집을 꾸며도 아무 문제없다. 이렇게 전구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긴장도가 낮아져 편안한 공간 인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구색 조명에서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문화적 관습에 기인한 것이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 쾌적하고 편안한 빛의 공간을 일상에서 맛보기 위해서 작은 조명 하나씩 바꾸어 보는 것은 가장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가능하기에 이제는 빛의 양이 아닌 질을 추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해 볼만한 것으로 생각한다.
글=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www.inholigh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