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주요 해외 종속기업 매출이 1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가 HBM(고대역폭메모리)와 서버용 D램 수요를 끌어 올린 가운데 북미 고객 접점인 미국 판매법인과 중국 우시 판매법인이 매출 증가를 주도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까지 회복되면서 낸드 자회사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미국 매출 173.7%·중국 매출 387% ↑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요 종속기업 9곳의 올해 1분기 매출 합계는 54조38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8조6660억원과 비교하면 191.4%(35조7179억원) 늘어난 수치다.
매출 증가를 이끈 곳은 미국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판매법인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SK hynix America Inc.)와 중국 반도체 판매 법인인 SK하이닉스(우시) 반도체 세일즈(SK hynix (Wuxi) Semiconductor Sales Ltd.)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1조48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1조5011억원 대비 17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우시) 반도체 세일즈 매출은 2조2082억원에서 10조7530억원으로 387% 늘었다. 두 법인의 매출 증가분은 28조5277억원으로 주요 해외 종속기업 9곳 전체 매출 증가분의 약 79.9%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법인 증가분은 19조9829억원으로 전체 증가분의 55.9%를 차지했다. 미국법인 매출 증가는 북미 빅테크 고객을 중심으로 AI 서버 투자가 확대된 흐름과 맞물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반도체 고객을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HBM 공급을 지속 확대해 왔다. 실제 미국법인의 1분기 순이익은 1조4933억원으로 작년 1분기 365억8100만원 대비 40배 넘게 증가했다.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매출 증가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시법인 매출 급증은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중화권 메모리 수요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AI 서버용 HBM과 고부가 D램으로 생산능력이 우선 배분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졌고, PC·서버용 D램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중국 서버·PC 업체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 물량을 확보하고자 구매를 앞당기자 중화권 판매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낸드 자회사 순이익 827% 개선
그 외에 다른 해외 종속기업의 매출도 모두 늘었다. SK하이닉스 아시아(SK hynix Asia Pte. Ltd.) 매출은 지난해 1분기 53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7519억원으로 229.8% 늘었다. SK하이닉스 홍콩(SK hynix Semiconductor Hong Kong Ltd.) 매출은 4700억원에서 2조282억원으로 331.5% 증가했다. SK하이닉스 타이완(SK hynix Semiconductor Taiwan Inc.) 매출도 5223억원에서 1조9905억원으로 281.1% 확대됐다.
특히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 주식회사 및 종속기업(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 및 종속회사)도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777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4199억원보다 166.0% 늘었다. 순이익은 1367억원에서 1조2672억원으로 827% 증가했다.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 주식회사 및 종속기업은 기존 솔리다임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솔리다임을 미국 AI 솔루션 전문 회사로 재편하고 기존 낸드·SSD 사업은 신설 솔리다임 법인으로 이관하는 작업에 나섰다.
다만 법인 재편 결정이 1분기 중 이뤄진 만큼 이번 분기 실적에는 재편 이후의 AI 솔루션 사업보다 기존 낸드·SSD 사업 흐름이 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분기보고서도 해당 항목에 대해 “낸드 사업의 요약재무정보만 표시하였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호실적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기업용 SSD 수요 회복과 맞닿아 있다. AI 서버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량·고성능 저장장치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HBM과 서버 D램이 연산 과정에서 필요한 고속 메모리라면 기업용 SSD는 학습 데이터와 추론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역할을 맡는다.
SK하이닉스의 해외법인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고성능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어서다. 실제 올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구글, MS, 아마존, 메타, 오라클의 설비투자액을 합산하면 전년보다 1.5~2배 이상 커진 7750억달러(한화 약 11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월가와 투자은행의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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