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먹는 건강식으로 농사 짓습니다”
영암 귀리부인 박정윤 대표
농부의 딸에서 1인 기업 대표로
고향 영암서 귀리 재배 10년차
가공제품 전국판매·친환경 재배

"내가 먹고,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입니다. 내가 먹길 원하는 건강식은 남들도 먹고 싶어해요. 그것이 무농약 쌀귀리로 친환경 재배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프랑스에 퀴리부인이 있다면 전라남도 영암에는 '귀리부인'이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정윤(38) 영암귀리부인 대표다. 여성 농부가 비교적 적은 현재 농촌 현장에서 1인 기업으로 거듭나 더 많은 목표를 이루겠다는 박 대표를 만났다.
영암에서 나고 자란 '농부의 딸'
농부의 딸로 태어난 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농사가 익숙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을 때마다 항상 손을 보탰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도우며 깨, 무, 수박, 배 등 다양한 작물을 접했다.
스무 살이 돼서는 광주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공예를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문득 사업에 관심이 생겼다. 2015년에는 푸드트럭 등 여러 사업을 하다가 '농사도 사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료 회사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농사와 계속 맞닿아 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 대표는 그렇게 고향인 영암으로 돌아왔다. 영암에는 황토 땅이 많아 농사짓기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언제부터 농업을 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한 적은 없다. 어렸을 적부터 농사일을 하다 보니 농업에 관한 지식이 자연스럽게 쌓였고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농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국산 귀리에 집중
박 대표는 어떤 작물을 심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아버지가 드시던 귀리였다. "뭘 심을까 고민하던 그 순간 문득 아버지가 당뇨 때문에 구매해 드시던 귀리가 눈에 들어왔다."
박 대표는 "아버지가 먹던 것은 외국산이었지만, 이왕이면 국내산이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이 먹는 거니까 내가 건강하게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귀리를 재배하기 시작해 어느새 10년차 농부가 됐다. 아이 둘의 엄마로서 멋지게 귀리를 재배해 보자는 생각으로 '귀리부인'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박 대표는 "이름을 그렇게 붙이고 나니 퀴리부인과도 어감이 비슷해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귀리는 세계 10대 푸드에 선정될 만큼 영양분이 풍부하다. 밥을 지을 때 귀리를 넣으면 영양과 식감을 모두 챙길 수 있다.
박 대표는 "귀리가 슈퍼푸드로서 곡물의 왕으로 알려졌고,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 것은 물론 아이들의 성장기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도 함유돼 있다"며 "특히 숙변 제거와 노폐물 배출 효과도 있어 요즘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스스로 귀리를 개발해 쌀귀리, 귀리분말, 볶음귀리, 귀리퐁 등의 가공제품을 만들어 지역농협 로컬푸드 매장과 인터넷 주문,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제품들은 친환경으로 재배한 데다 100% 국내산으로만 가공한다는 입소문이 전해지며 전국 소비자들의 주문이 늘고 있다. 쌀귀리, 귀리분말, 볶음귀리 등의 선물세트도 제작해 판매 중이다.
유기농 친환경 재배 고수
박 대표는 친환경 재배를 고수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짓는 것을 봐와서 그런지 농약을 치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먹을 거니까 건강하게 재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귀리 자체는 동계 작물이기 때문에 병해충에 노출될 위험이 적다. 박 대표는 "귀리 농사를 짓고 난 후 그다음 농사가 어렵다"고 했다. 토양에 농약과 제초제가 일절 닿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름 작물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박 대표는 "예전보다 청년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많아졌다. 농업을 진심으로 꿈꾼다면 일단 부딪혀보고 경험해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소비자들이 내 상품을 다시 찾아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여러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더 정직하게 농업을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