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국내에 등장한다던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의 실종... 왜 안나오는 걸까?

제네시스 'G90 레벨 3 자율주행차'

[M투데이 이세민 기자]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한 첨단 자율주행 기술 탑재가 생각보다 더디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기아는 EV9 카탈로그에서 레벨3 자율주행 옵션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뺐다.

HDP는 고속도로에서 최고 속도 80km/h까지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 기능으로, 기아는 기아 언플러그드그라운드 성수에서는 EV9의 레벨 3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주행을 체험을 진행하는 등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출시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또한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술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올해 상반기로 출시를 미뤘고 올해 3월 G90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됐으나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빠졌다.

기아 'EV9 레벨 3 자율주행 테스트카' (출처 : 숏카)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레벨3 자율주행을 무기한 연기 결정은 초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제 주행 시나리오의 복잡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시속 최대 80km의 속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현대차그룹의 자율 주행 기술은 경쟁사 대비 자율주행 운행가능영역(ODD·operational design domain)을 넓혀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

벤츠가 신형 S클래스에 적용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독일과 미국 캘리포니아·네바다주에서만 운행 가능하며 낮 시간대 맑은 날씨에서만 작동한다. 최고 속도도 60㎞/h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는 최고속도를 80㎞/h로 끌어올리고자 했으며 또한 우천 시 또는 야간에도 제한적으로 작동이 가능하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주행 속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초당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져야 하기에 프로세서·통신 사양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따른 검증 시간도 늘어난다. 업계 연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1대가 1시간 운행하면서 생성하는 데이터의 양은 4000GB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소재가 출시 지연의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은 레벨3 차량 운행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책임소재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은 없다. 다만 보험사들은 일단 3단계 자율주행시 사고가 나면 손해 처리를 한 뒤 시스템 문제인지, 운전자 과실인지를 따져 본 후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율주행 기능에는 '조건부' 또는 '부분'이라는 단어를 앞에 꼭 사용하고 있다.

이 의미는 비록 기계가 운전을 주도한다고 하더라도 개념적으로는 기계 역할이 '조건' 또는 '부분'에 해당하므로, 사고에 대한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급하게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했다가는, 제조사는 소비자 신뢰도 저하뿐만 아니라 엄청난 리콜·소송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실제 주행 변수가 시장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욱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전문가들 또한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치명적인 사고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우려에는 일관된 법적 틀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