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알지만 해내겠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원장의 약속

이은기 기자 2024. 10. 1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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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22개월 만에 특조위가 출범했다.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송기춘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유가족은 10월2일 조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10월2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특조위에 ‘1호’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사IN 이명익

10월2일 ‘1호’ 조사 신청서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접수됐다. 조사 신청자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신청서에는 9가지 진상규명 과제가 담겼다. 2022년 핼러윈데이 인파 밀집에 대한 대책이 있었는지, 참사 전날과 당일 각 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참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이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이 직접 1호 조사 신청서를 수령했다.

참사 발생 22개월 만에 특조위가 출범했다. 9월23일 특조위는 첫 전체 회의를 열고,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조사 개시까지는 시행령과 내부 규정 마련, 부처 공무원 파견 등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송 위원장은 “연말에는 조사를 개시한다는 목표로 서두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사가 시작되면 특조위는 최장 1년6개월까지 활동할 수 있다. 그 기간 내에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후속 조치 과정에서 진상과 책임 소재를 밝히고 피해자의 권리 보장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사 개시 전부터, 특조위 활동 기간이 짧고 권한이 적어서 진상규명이 어려울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앞선다. 10월1일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난 송기춘 위원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해내겠다”라고 말했다.

9월23일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시사IN 조남진

1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에게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용산구청에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부여한 법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봤나?

국가의 책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길 바랐던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사책임이 없다고 해서 참사와 관련한 모든 책임이 부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조위는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를 충분히 참고해서 진상규명을 진행해 나가겠다.

박희영 구청장은 2023년 1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 행복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는 구청장이 ‘법적 책임만 없다면 잘못한 게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 적어도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라면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어떻게 해야 반복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특조위 조사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현재 구체적으로 조사 대상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었던 수사 대상보다는 조사 범위가 넓어야 한다. (참사 대비·수습·후속 조치) 과정에 관여했던 모든 정부 기관을 포함해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대통령실까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개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차원에서 수사가 이뤄졌다면, 특조위는 왜 적절하게 사전 대책이 수립되지 않았는지, 참사 위험 조짐이 나타났을 때 왜 선제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참사 발생 이후와 사후 수습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었는지 등 진상규명이라는 조사 목적에 따라 사실관계를 재검토하려고 한다.

9월23일 10 ·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특조위 활동 기간은 최장 1년6개월이다. 특별법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기존 법안에 포함돼 있던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권한과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 권한도 삭제됐다.

한계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애초 특조위는 강제적인 권한이 매우 적고, 자발적인 자료 제공과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때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도 지금처럼 강제할 권한이 없었지만 협조가 잘 됐다.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과실치사 혐의를 받던 한 조사 대상자는 처음엔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결국 ‘그 일 이후 사실은 굉장히 힘들었다’라며 중요한 진술을 해주기도 했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만이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결국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조사 대상자들의 마음을 얻어 실체적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조사 활동을 해나가려 한다. 특조위 홈페이지(1029itaewoncommission.go.kr)에 제보란도 설치하고 있다.

목표가 무엇인가?

위원장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다른 위원들과 함께 별들의 집(이태원참사 기억·소통 공간)을 찾아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왜 이렇게 끔찍한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고, 유가족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을 해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참사를 둘러싼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고, 참사의 원인이 공적으로 정리된 뒤 책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가 이어진다면 유가족들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서서히 사라질 거라고 본다. 특조위 활동을 마친 뒤에는, 유가족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외에도 유가족들에게 아픔을 더했지만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희생자들 인계 과정, 참사 직후 분향소 설치 과정, 피해자(유가족·생존자 등) 지원 등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려고 한다.

9월23일 이태원참사 특조위원들이 별들의 집(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을 찾아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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