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순익 2조 시대]② 손보 'TOP2' 우뚝 선 메리츠화재…비결이 뭘까

(사진=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가 올 3분기 손해보험사 순익 경쟁에서 2위를 차지하며 순위 굳히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3분기 높은 순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올해 시행된 새 회계 제도에 대비해 이익 기반을 다진 점이 성과로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순익은 1조3353억원으로, 3분기 개별로만 보면 4963억원의 순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순익 1위는 삼성화재로 같은 기간 1조5877억원을 거뒀지만 개별로 보면 4032억원으로 나타나 메리츠화재의 순익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해도 이익 규모가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전년 동기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542억원, 개별 분기 기준 3842억원을 거둬 각각 2800억원, 1100억원 가량 늘었다. 올해 순익을 작년과 비교해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호실적의 배경으로 메리츠화재의 성과주의 문화를 꼽는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2018년 말부터 '장기인보험' 영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삼성화재를 앞지를 수 있다는 CEO 메시지를 냈다. 이 CEO 메시지는 매월 임직원에게 공유되며 성과에 대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졌다.

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 영역에 자부심을 드러낸 건 지난 2019년부터였다. 김 부회장은 여러 차례의 CEO 메시지를 내며 오는 2025년까지 장기인보험 매출과 당기순이익, 시가총액에서 각각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CEO 메시지를 내면서 장기인보험이라는 용어를 전면적으로 앞세운 시점이 2018년 말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보험 중 물보험과 인보험 중 인보험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메리츠가 시초"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대면·비대면 판매채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 '1200%룰' 시행을 앞두고 장기인보험 영업에 집중한 것은 미래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설계사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설계사 모집수수료(시책)를 높게 유지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된다. 메리츠화재가 수수료 경쟁에 불씨를 당긴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지만 현재는 호실적의 기반이 됐다.

메리츠화재의 효율 관리는 자동차보험에서 두드러졌다. 장기인보험에 집중하는 한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관리를 위해 무리한 언더라이팅(인수)을 하지 않았다. 자사 상품의 수요를 일부러 줄이는 '디마케팅'을 통해 적자가 나던 상품을 관리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보험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4개사에 비해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올 3분기 5899억원 수준이다. 올 10월 기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78.8%를 기록해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메리츠화재가 순익을 확대하면서 확고한 2위 굳히기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장기인보험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손해보험업계뿐 아니라 생명보험업계로도 확산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호·간병보험, 독감보험 등 전 보험사가 판매할 수 있는 제3보험 상품의 절판 경쟁이 두드려졌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올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응급실 내원비 특약 등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과열 조짐이 뚜렷했던 영업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과열된 영업 경쟁에 무리하게 동참하지 않으면서, 우량 계약 중심의 질적 성장과 보수적인 자산운용 등 기본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