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클린리더스]탄소 잡는 흡수재로 지구 살리고, AI·데이터로 위기 생명 구한다
LNG 발전소용 흡수제도 개발... 4월부터 실증 中
'3억 개' 데이터 활용해 1인 가구 돌봄에도 효율 ↑
15명 생명 구조...별도 기기·생활 간섭 없어 인기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전력이 '전력'이란 전공을 살려 지구와 사람을 살리고 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잡는 포집 기술을 개발·활용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공급 과정에서는 광범위하게 모은 생활 데이터를 이용해 1인 가구를 살피는 식이다. 특기를 살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들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각오다.
"전기 만들며 나오는 이산화탄소 잡아라"

15일 한전에 따르면 공기업 최초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새로 둔 뒤 분야별 ESG 경영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한전은 환경 분야의 핵심 과제로 이산화탄소를 잡아 모으는(포집)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한전 산하에 있는 5개 발전사는 화력 발전을 중심으로 전기를 생산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그래서 이를 포집하는 기술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 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 먹는 하마'가 필요하다. 발전 후 바깥으로 나오는 배기가스에 특수 흡수제를 반응시켜 이산화탄소만 잡아내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 흡수제로는 '모노에탈올아민(MEA)'이 있는데 값이 싸고 효과가 좋은 대신, 흡수제 재활용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 성능이 떨어져 생긴 손실도 큰 편이라 한전 전력연구소는 2008년부터 10년 넘게 새로운 흡수제를 개발했다. 충남 보령군 보령화력발전소에 설치된 10메가와트(㎿)급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에도 2020년 개발된 한전만의 흡수제가 쓰였고 국내 최초 1만 시간 연속 운전에 성공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증명해보였다.
한전은 2022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전용 흡수제를 만들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기후악당'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소가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그 대안으로 LNG 발전소로 탈바꿈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경우 2040년까지 화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LNG 발전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석탄 화력 발전소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기존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들어가는 비용도 크다 보니 새로운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KoSol-L'이라는 이름의 이 흡수제는 4월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내에 건설된 1㎿급 파일럿 설비를 통해 국내 최초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실증 사업은 포집 효율 90%, 순도 99.9%의 이산화탄소를 연속 1,000시간 이상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한전은 이를 바탕으로 부산복합화력발전소와 연계해 연간 5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잡아 모을 수 있는 상용 플랜트 설계를 짠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아울러 무탄소 에너지 확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2월 국내 최대 규모(100㎿)의 해상풍력단지인 제주 한림해상풍력사업 발전 단지를 종합 준공했고 전북·전남 신안군 등에서 추가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열병합 사업 등 해외에서도 친환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늘리고 있다.
전 국민이 고객인 한전, 데이터로 인명 구조도

전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한전은 데이터를 활용해 1인 가구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고독사 예방 서비스가 바로 그것. 한전은 전기 사용량이나 사용 패턴 등 전력계량기(AMI)를 통해 모은 연간 3,300억 건 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해 1인 가구의 생활·패턴을 분석한 뒤 고독사 예방 서비스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여기에 통신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통신·수도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정확도를 더 높였다. 전기 사용이 뚝 끊김과 동시에 수도, 통신 등 생존에 필수적 서비스를 사용하는 신호에도 변화가 생기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4년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가 매일 아침 60일 동안 대상자의 서비스 이용 패턴과 전날 상황을 비교해 이상이 감지된 가구를 대상으로 전화를 걸고 반응이 없는 이들을 추려 오전 9시쯤 지자체 복지담당자에게 알린다. 그러면 담당자가 전화나 방문을 통해 실제 상황을 확인하는 식이다. 매일 빠짐 없이 점검할 수 있는데다가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줘 인기가 좋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무려 118개 지자체(기업 포함 124개)가 참여 중인데 이는 전국 지자체 중 52%가량이다. 관리 대상 규모는 약 1만5,000명 수준이다.

실제 이 서비스를 통해 구한 생명만 15인에 달한다. 울산 남구에서는 전력·통신 사용량이 크게 줄어 이상 신호가 포착된 50대 후반의 남성 A씨의 집을 찾아갔다가 의식 불명에 빠진 그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살린 사례가 있었다. 전북 남원시에서는 생활 반응 데이터에 이상이 생긴 90세 치매 환자 B씨를 찾아 출동해 2차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던 그를 안전하게 구조해냈다.
계량기·휴대폰 등을 이용해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별다른 기기 설치나 생활 간섭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돌봄 대상 주민들은 "폐쇄회로(CC)TV나 센서 등을 사용하지 않아 사생활 침해가 없어 좋다"고 했고 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추가 장비 설치가 없어 장비 유지 관리에 대한 부담이 없고 돌봄 대상자에게 장비 사용법 등 교육이 필요 없어 민원이 없다"고 호평했다.
한전은 기본 의무인 안정적 전력공급을 통해 국민 편익과 국가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간 20만 명의 인력을 투입해 비상근무와 발빠른 복구를 실시해 나가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6,500명을 투입해 무결점 전력 운영을 달성한 바 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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