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의존 안보 전략을 접고 역내 국가 중심의 공동 방위로 방향을 틀었다. 튀르키예·파키스탄과 맺은 '메카 협정'이 그 신호탄이다.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중동 안보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기대 온 미국 대신, 역내 국가들과 손잡는 공동 안보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8월 7일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튀르키예·파키스탄과 체결한 3국 방위협정, 이른바 '메카 협정'이다. 세 나라는 31일 이스탄불에서 첫 회의를 열고 협력을 구체화한다.

"한 나라 공격은 셋 모두에 대한 공격"
메카 협정은 세 나라 가운데 한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으면 이를 공동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원칙을 담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 방어적 협정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이란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사우디는 8월 13일 15개국이 참여하는 해양 방위 연합도 주도하며 예멘 후티 반군 대응에 나섰다.(사진 출처=연합뉴스)

"단순 무기 수출 넘어선 방산 생태계"
전문가들은 이 협정을 단순한 무기 수출 계약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카타르대학교의 방위산업 분석가 알리 바키르는 협정이 방산 공동투자와 기술이전, 현지생산, 연구개발, 훈련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틀이라고 진단했다. 세 나라가 재정력과 산업 역량, 군사 경험을 결합하면 구매자-판매자 관계를 넘어 진정한 방산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사진 출처=연합뉴스)

"튀르키예 방산업계 최대 수혜"
협정의 경제적 수혜는 튀르키예 방위산업계로 쏠릴 전망이다. 튀르키예가 생산한 무인전투기 등 각종 무기 체계가 막대한 자본과 방산 수요를 가진 사우디군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본은 사우디가, 산업 역량은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이 대는 구도가 자리 잡으면 역내 '전략적 자율성'과 억지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사진 출처=연합뉴스)

미국이라는 우산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의 시도가 중동 안보 질서를 재편할지 주목된다. 메카 협정이 실질적 군사동맹으로 뿌리내릴지는 이스탄불 회의 이후의 행보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