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싸게 팔면 신상 공개하자"..도 넘는 아파트 소유주들
부동산 하락장에 매수심리 위축과 집값 고점 인식이 심화하면서 급매물이 늘자 주민들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일부 소유주들은 가격을 낮춘 거래가 아파트 이미지 하락을 부추기고 자산가치를 떨어뜨린다며 거래인 신상과 공인중개사무소 상호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평촌시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면적 59㎡가 5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KB부동산 기준 시세가 7억8000만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2억5000만원가량 몸값을 낮춘 급매다. 지난해 6월 최고가(8억7000만원) 대비로는 3억4000만원 떨어졌다.
그러자 부동산 커뮤니티에 "24평 헐값에 매도한 사람 누구인가요? 본인 급하다고 이기적으로 피해를 주는 게 맞다고 봅니까?", "7년 전에 사서 매도하신 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손해 안 보고 파심", "매수자 신상도 현수막 걸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야 함부로 못 사죠", "중개업소 이름부터 밝히자" 등 매도인과 매수인을 힐난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거래 물건의 동과 호수는 물론 매도인의 이익 규모까지도 확인되고 있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은 거래 날짜와 층수만 알려 주지만, 모바일 플랫폼들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급매자의 신상을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도 지난달 최고가(13억6000만원)보다 3억8000만원 빠진 9억8000만원에 팔렸다. 이후 지역 커뮤니티에 "13억원짜리 자산을 순식간에 10억원으로 만들어 줬다"며 매도자를 원망하는 소유주가 등장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도 지난달 직전 거래가(16억4000만원)에 비해 1억6000만원 저렴한 14억8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되면서 분풀이가 쏟아졌다. 이 아파트 소유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이웃들 재산을 이렇게 다 깎아 먹고 고덕의 가치를 파괴하느냐"며 "무책임한 행동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두고 소유주들만 탓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정 단지만의 일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목숨보다 집값이 더 중요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도 난처해졌다. 중개업소가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 급매물을 소개했다는 이유로 비난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개업공인중개사는 올해 1분기 12만1543명에 달했지만 2분기에는 11만9006명으로 감소했다. 분기 기준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9년 3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중개사들은 시세를 조종한다는 지탄과 매도자의 신상을 밝히겠다는 겁박을 피하고자 급매물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문의한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법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를 지켜 달라는 항의 전화가 들어와 포털사이트에 등록한 매물을 삭제한 적이 있다"며 "그 뒤로 급매물은 연락처를 남기고 간 고객들에게만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공인중개사법은 가격 담합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는 행위,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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