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관왕으로 증명" 박지원, 8할은 '올림픽 실패'가 만들었다 [★현장]

목동=안호근 기자 2023. 3. 1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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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목동=안호근 기자]
박지원이 12일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자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즌 초만 해도 불안하기만 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에 새로운 황제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박지원(27·서울시청)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세계가 우러러 보는 쇼트트랙 최강자로 등극했다.

박지원은 12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1분27초741의 기록으로 정상에 섰다. 전날 1500m에 이어 대회 2관왕.

올 시즌 월드컵에서만 금메달 14개를 휩쓸었고 개인 종목 메달이 없었던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 2개와 계주에서 동메달 하나를 보태며 남자 선수 중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됐다.

박지원은 그동안 동료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성인가 하고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적지 않은 나이에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은 황대헌(24·강원도청),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27·한국명 임효준)에 가려져 있었다.

린샤오쥔이 중국으로, 황대헌이 올 시즌 태극마크를 포기하며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올 시즌 쇼트트랙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나선 세계선수권. 세계 1위의 위용을 떨쳐야 한다는 부담감에 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회로 그 중압감은 더욱 커졌다.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박지원. /사진=뉴시스
11일 남자 1500m에서 시종일관 여유 있는 레이스를 펼쳤고 우승을 차지했으나 여유롭기보다는 오히려 독기가 넘쳤다. 그는 "2020년 (국내 세계선수권이) 취소되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오늘 절반을 풀었고 내일 나머지 절반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며 1000m와 계주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다.

이날 1000m에 나선 박지원은 첫 번째 바퀴에서 가장 앞으로 올라선 박지원은 한 차례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가볍게 다시 가장 앞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특유의 노련한 레이스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를 끝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지원은 "개인전에선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늘도 충분히 어려운 경기 될 수 있었는데 좋은 경기를 하게 돼 만족한다"며 "1000m가 (커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월드컵에선 금메달을 많이 땄지만 세계선수권엔 처음 나섰다. 그 개인전 첫 금메달이 1500m였는데 오늘이 더 중요했던 건 1500m 금메달이 운이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서 정말 내가 갖고 있는 힘을 증명한 게 기억에 더 남았다"고 전했다.

올 시즌 많은 커리어를 쌓으며 성숙함을 한층 더한 느낌이었다. 추상적이거나 허황된 목표를 세우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고 이는 올 시즌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난 평창 올림픽과 2022 베이징 대회 실패를 통해 배웠다. 거기서 느낀 건 멀리 있는 걸 바라본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장 앞에 있는 작은 것들을 이뤄나가자는 것이 목표다. 시즌을 앞두고 매 월드컵을 목표로 잡았고 이뤄나갔다. 이번에도 이 대회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다음에도 앞에 있는 작은 목표들을 바라보면서 나아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눈앞에 있는 큰 걸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10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뒤 기뻐하는 박지원(가운데). /사진=뉴시스
올 시즌엔 주장으로 대표팀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맡았다. 그렇기에 이날 결과에 완전히 만족할 수만은 없었다. 박지원은 개인 2관왕에 올랐으나 계주에선 만족스럽지 못했다. 혼성 계주는 전체 5위에 머물렀고 자신이 나선 남자 5000m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2연패를 노린 여자 3000m도 은메달로 기대에 비해선 다소 아쉬운 성과였다.

박지원은 개인 성적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단체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떻게 다음 시즌에 보완할지 그런 생각이 든다"며 "주장 자리에 있으면서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잘 이끄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주에 있어서 나도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도 열심히 했다. 각자가 매일 생각하면서 작은 것이라도 의논하면서 더 강한 팀이 됐다"며 "오늘 동메달이라고 해서 전혀 모자라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게 발판이 돼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코 나태해지지 않겠다며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했다. 박지원은 "아직 쉴 때가 아니"라며 "내년엔 외국,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올 수 있다. 나 또한 만족하지 않고 더 보완해야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우승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두르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박지원. /사진=뉴시스

목동=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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