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맛집을 찾는다면, 단순히 ‘맛’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안엔 시대의 흐름을 견뎌낸 정성과 전통, 그리고 누군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도 운영 중인 서울의 90년 이상 된 맛집 4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근대사와 함께한 살아있는 음식 유산이다.
이문설농탕 (1904년 개업)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이문설농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 중 하나다. 무려 1904년에 개업해, 12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표 메뉴는 이름 그대로 설렁탕. 소머리, 도가니, 혀, 내장 등을 고아낸 연한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깍두기와 김치 외의 반찬은 거의 없지만, 오히려 그 단출함이 국물의 진가를 드러낸다. 과거 손기정 선수부터 근현대의 문화인, 정치인들까지 다양한 인물이 다녀간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용금옥 (1932년 개업)

서울 중구 다동의 용금옥은 1932년에 문을 연 추탕 전문점이다. 서울의 ‘3대 추탕’으로 꼽히던 명맥 중 유일하게 남은 곳으로, 전통적인 미꾸라지 통추탕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곳의 추탕은 갈아 만든 일반 추어탕과 달리, 통째로 삶아낸 미꾸라지에서 고소하고 진한 맛이 우러난다. 질감과 향이 살아있어 재방문율도 높다. 과거 남북 회담 자리에서도 회자될 정도로 오랜 시간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책임져 왔다.
은호식당 (1932년 개업)

남대문시장 골목 안쪽,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은호식당은 곰탕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1932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 맛집으로, 현재는 3대째 운영 중이다.

대표 메뉴는 소꼬리로 만든 꼬리곰탕이다. 맑고 깊은 국물에 고소하고 부드러운 꼬리 고기가 큼직하게 들어가 있다.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고기와 함께하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진한 국물을 원한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잼배옥 (1933년 개업)

서소문동에 자리 잡은 잼배옥은 1933년에 문을 연 설렁탕 전문점이다. ‘잼배’는 서울역 근처 잠바위골의 옛 지명에서 유래한 단어로, 여기에 한자어 ‘옥(屋)’을 더해 현재의 상호가 탄생했다.

이곳의 설렁탕, 도가니탕, 꼬리곰탕은 모두 24시간 끓여내는 진한 육수가 특징이다. 고기 본연의 맛이 살아 있고, 함께 제공되는 김치와 깍두기의 조화도 훌륭하다.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그 속엔 90년이 넘는 시간이 녹아 있다.
서울에서 90년 넘게 버텨온 식당은 단 4곳. 모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지금도 성업 중이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짜 서울’을 느끼고 싶다면, 이들 식당을 꼭 찾아가 보자. 단지 오래됐기 때문이 아닌, 지금도 여전히 맛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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