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과속’... 매화 최대 42일 일찍 피었다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매화의 올해 개화 시기가 전국에 걸쳐 평년보다 빨랐다고 기상청이 26일 밝혔다. 최소 11일에서 최대 42일 먼저 꽃봉오리를 연 것으로 조사됐다. 벚꽃 개화 시기도 평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민간 기상업체는 “올해 벚꽃 개화는 평년보다 3~6일 빠를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지방기상청의 매화 관측목을 조사한 결과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매화가 일찍 꽃봉오리를 연 것으로 조사됐다. 매화는 보통 2월 중순에서 3월 말 사이에 핀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1월 중순 개화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 꽃이 피던 포항·광주 등에서도 2월에 꽃망울이 터졌다. 서울도 발아가 관측됐기 때문에 조만간 매화가 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평년 매화 개화 시기는 3월 26일이다.
봄꽃이 일찍 피는 건 겨울 날씨가 계절을 앞당긴 듯 포근했기 때문이다. 올 1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0.9도를 기록해 평년(영하 0.9도)보다 1.8도 높았다. 제주도의 경우 평균 기온이 역대 셋째로 높은 7.8도까지 올라갔다. 제주 매화는 우리나라가 봄꽃 상태를 모두 기록하기 시작한 1940년 이후 가장 일찍 꽃을 피웠다.
올 2월 날씨는 4월처럼 느껴졌다. 이달 중순까지 우리나라 기온은 일본 동쪽의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온난한 남서풍이 들어오면서 평년보다 높았다. 지난 14일 최저기온은 1~11도로 전국이 영상권이었다. 우리나라의 2월 평년 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상 3도 정도다. 평년보다 10도쯤 높은 것이다. 보통 2월 말까지는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찬 바람이 밀려드는데 올해는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를 덮었다. 서울은 입춘(立春)인 지난 4일 한낮 기온이 최고 12.2도까지 오르며 역대 가장 따뜻한 입춘으로 기록됐다.
벚꽃 개화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내달 초까지 두 차례 꽃샘추위가 오지만 내달 5~7일엔 기온이 최고 1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해 벚꽃이 가장 일찍 핀 곳은 포항으로 3월 16일 개화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일찍 필 것으로 전망된다. 각 지역에선 봄꽃 축제를 앞당기고 있다. 전남 광양 매화 축제와 구례 산수유 축제는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오는 3월 8일 시작한다.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도 올해는 역대 가장 빠른 3월 22일 시작할 예정이다. 1963년 제1회 군항제가 4월 5일 개막한 것과 비교하면 2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도 이른 봄이 찾아오고 있다.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선 가로수로 쓰이는 자카란다 나무가 평년보다 1~2개월 빠른 지난달 만개(滿開)했다. 자카란다는 서리에 민감하고 아열대 기후에서 잘 자라는 종(種)이다. 남미 대부분 지역에서 보통 3월 말 보라색 꽃을 피운다. 일본에도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일 수도 도쿄의 낮 최고기온은 24도에 육박했다. 일본 북동부 홋카이도 몬베쓰시의 19일 낮 기온은 평년보다 18.8도 높은 17.1도까지 올라 1960년 이후 64년 만에 가장 높은 2월 기온을 기록했다. 벚꽃 개화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일본 미에대 다치바나 요시히로 교수는 “사계절 모두 온난화되고 있지만 봄 온난화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벚꽃 시즌이 점점 더 빨리 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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