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가격 급락에 생활고 겪는 노인들… “리어카 2시간 끌어 번 돈은 1300원”
고물상 관계자 “폐지 줍는 노인들 눈에 띄게 줄어”
“폐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는 막걸리를 사고도 돈이 남았다. 남은 돈으로 양파도 사고 시장에서 돼지고기도 싸게 사고 그랬는데, 지금은 막걸리 살 돈도 없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서 살고 있는 60대 강현달씨는 5년 전부터 폐지를 주워 하루하루 생계비를 번다. 하루에 두 차례, 한 번에 2시간씩 총 4시간 동안 폐지를 수거한다. 빨간 고무 코팅 위에 까만 때가 내려앉은 목장갑을 낀 채로 힘겹게 리어카를 끄는 게 그의 일상이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에서 강씨와 만나 그와 동행해봤다. 이날 강씨가 오후 4시반까지 2시간 동안 영등포역 일대를 돌며 수지한 폐지는 26kg 정도였다. 2400걸음을 넘게 걸어 얻은 폐지였다.

강씨가 고물상에 26kg 분량의 폐지를 넘기고 손에 쥔 돈은 ‘1300원’. 그는 이 돈으로 인근 청과점에서 두부 한 모(1000원)를 샀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막거리를 1통(1500원)을 샀다. 두부 한 모와 막걸리 1통은 강씨의 이날 저녁식사 거리였다. 힘들게 벌어 끼니를 때울 수 있게 됐지만 1200원의 적자를 봤다. 새벽에 2시간을 돌아 폐지를 주워 버는 수익도 마찬가지다. 점심식사를 해결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돈이다.
강씨는 수입이 줄자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두부 한 모를 반으로 잘라 반은 저녁에 먹고 나머지 반은 내일 아침에 먹는 것이다. 지난해엔 하루에 막걸리를 2병 샀는데 요새는 1병만 사서 마신다.
폐지 가격 하락이 폐지를 주워 먹고사는 노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물상에서 책정하는 폐지 가격은 1kg에 40~50원대로 형성돼 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폐지 가격은 1kg당 130원선이었다. 1년 사이에 폐지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폐지 가격 하락으로 생활고를 겪는 노인은 강씨뿐이 아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폐지를 줍는 김규수(77)씨는 “1년 전엔 하루에 1만원 이상 벌었는데 지금은 8시간을 돌아도 하루에 6000~7000원 정도 번다”며 “보험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생활하는 게 빠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폐지를 줍는 유원식(77)씨도 “좋아하던 담배를 끊었다”며 “이 돈 벌어선 밥도 밖에서 못 사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노인들은 아예 폐지 줍기를 포기하고 있다. 한 고물상 관계자는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1kg당 130원 할 땐 하루에 60~70명이 종이를 주워 고물상을 찾았는데 지금은 하루에 4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전했다.
고물상들도 폐지 가격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 또 다른 고물상 관계자는 “종잇값이 좋았을 땐 노인들 얼굴이 좋았었다”면서 “씁쓸하지만 단가를 더 올릴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고물상도 종잇값이 떨어져 매출에 타격이 있다”며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달 공개한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폐지수집 노인은 약 1만5000명,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1시간 20분이다. 이들의 하루 평균 수입은 1만428원이었다. 시간당 948원을 버는 셈이다. 보고서 속 통계가 2020년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폐지 수집 노인들의 최근 생계는 더 열악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현달씨처럼 폐지 수집이 생계인 노인들에게 마땅한 대안은 없다. ‘폐지를 줍는 것 말고 다른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강씨는 “나는 배운 기술이 없어 생활비를 벌려면 종이를 줍는 수밖에 없다. 방법이 없다”며 리어카를 다시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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