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40만원 받고 못 살아"…핸들 못 놓는 어르신들 속사정

유예림 기자, 정세진 기자, 김지은 기자 2023. 3.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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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운전대 못 놓는 노인들①

[편집자주] 전북 순창에서 70대 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큰 사고를 냈다. 사상자가 20명이나 된다. 최근 이 같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당국과 산업계, 당사자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고령 운전자와 이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에서 1톤 트럭이 주민을 덮쳐 사상자 20명이 발생한 사고도 70대 고령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 사고 원인으로 파악됐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운전면허를 보유 중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수는 약 402만명이다. 2017년(280만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43% 증가한 수치다.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 운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 운전자 평균 나이는 53.7세다. 60대는 25.8%로 50대 이상 연령이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총 16만4452명의 개인택시 기사 중 70대는 3만3283명, 80대는 1323명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103만9748건 중 61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는 24만3947건으로 전체의 2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1~60세가 낸 교통사고는 2017년 16만513건에서 2021년 14만2798건으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61세 이상이 일으킨 사고는 4만3088건에서 2021년 5만419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일정 나이가 지나면 면허를 반납하는 제도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고령 운전자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건강 관리 정도에 따라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양천구 서부 터미널에서 택배 화물차 기사 박정혁씨(가명·73)가 화물차에 탑승하고 있다./사진=김지은 기자


화물차 기사 박정혁씨(가명·73)는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안다"며 "청력, 시력에 문제가 생겨 운전에 피해를 줄 정도면 알아서 운전대를 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86세 운전자를 본 적도 있다"며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계속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 윤자문씨(84)는 80대의 나이에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5~8㎞ 걷기 등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건강을 유지해 운전대를 오랫동안 잡기 위해서다. 택시기사 한경희씨(73)는는 "자기 관리를 어느 정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인지 능력을 유지하려고 등산을 비롯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자들은 일자리 선택지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 택시기사 전모씨(76)는 "택시를 관두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내가 인터넷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알아보는 것도 혼자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경희씨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 30~40만원으로 공과금 내면 남는 게 없다. 자녀들한테도 부담 주고 싶지 않다"며 "운전을 관두면 무슨 일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자문씨도 "40년 넘게 택시기사 했는데 이 일마저 안 하면 인생 끝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나이에 다른 일을 뭘 하겠냐"며 "집에만 있으면 적적할 거고 다른 일을 어디서 알아보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루에 6~7시간씩 일하는 윤씨의 하루 수입은 8만원 정도다. 국민연금은 매달 18만원쯤 받고 있다.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을 포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기업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는 성민국씨(가명·74)는 "운전을 하면서 건강과 성취감을 얻는다"고 했다. 박정혁씨도 "보통 60살이 넘어가면 할 직업이 없다"며 "사람이 일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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