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가에 다시 한 번 일본 영화 열풍이 불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일본 작품들이 연이어 오르며 극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본 실사 스릴러 영화 ‘8번 출구’가 같은 날 2만6285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7만5220명으로, 개봉 3일 만에 빠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22일 개봉 첫날 3만1969명을 기록하며 흥행 신호탄을 쏘았다. 이 수치는 역대 일본 실사 영화 중 한국 개봉일 기준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첫날 관객수 9212명의 세 배 이상이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2만5443명)도 뛰어넘었다. 일본 영화가 이 정도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은 것은 21년 만의 일이다.
일본 실사 영화, 극장 시장 판도 흔들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개봉 이후 누적 237만 명을 돌파하며 8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그 아래에서 같은 일본 실사 영화가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가 동시에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관객층을 보면 20대 비율이 압도적이다. 팬데믹 기간 OTT를 통해 일본 콘텐츠에 익숙해진 세대가 직접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일본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이 다르다’는 반응이 확산되며, 입소문이 흥행을 키우고 있다.
무한 루프 지하도, 단순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공포

이 영화는 일본 인디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다. 1인 개발사 KOTAKE CREATE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무한 루프에 갇힌 지하도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역을 맡은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인물을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표현했다. 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관객을 그와 같은 공간 안에 가둔다. 반복되는 조명과 구불구불한 지하도, 들리지 않을 듯 울리는 발소리가 불안을 증폭시킨다.
특히 ‘걸어가는 남자’ 역의 코치 야마토가 등장할 때마다 극도의 긴장이 찾아온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들리는 구두 소리 하나로도 관객의 숨이 멎는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짧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섬뜩한 존재감을 남긴다.

영화의 공포감은 사운드로 완성된다. 라벨의 ‘볼레로’가 삽입된 장면에서는 현실과 환상이 섞이며 불안이 최고조로 오른다. 리듬이 점점 높아지다 끊기는 순간, 정적이 찾아오고 그 공백마저 불안의 일부가 된다.
이 영화는 괴물이나 피로 공포를 만드는 대신, 일상 공간의 반복을 통해 인간 내면의 불안을 드러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하도는 단순한 미로가 아니라 스스로 외면한 감정과 마주하는 심리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칸이 주목한 인디게임 원작

이 작품의 원작은 1인 제작 인디 게임이었다. 작은 개발자의 실험적인 작품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져 칸 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제58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본 현지에서는 개봉 첫 주에 60만 관객, 흥행 수익 30억 엔(약 28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에서도 관람 후기가 빠르게 퍼지며 “극장에서 직접 봐야 한다”는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관객 평점은 8.7점(네이버 영화 기준)으로, 일본 실사 영화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번 일본 스릴러 영화의 흥행은 단순한 공포 영화의 성공을 넘어, 일본 실사 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귀멸의 칼날’,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로 이어진 일본 콘텐츠의 상승 흐름을 이어받으며, 극장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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