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저출생·고령화·저성장 사례를 분석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본력이 막강한 메가뱅크 체제를 기반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손익 비중을 높이고 투자 중심 생태계를 구축해 장기 불황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 국민 노후대비책을 마련하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부동산 등의 기업금융 분야에서 수익성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점 5층 시너지홀에서 '일본 경제 연구를 통한 저출생, 고령화, 기후위기 등 한국경제와 금융이 직면한 위기 해법'을 주제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정훈 우리금융연구소 대표이사는 "일본의 메가뱅크는 해외 손익 목표를 30%를 설정하고 사업을 펼쳤고 현재는 비중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미리 가본 우리나라의 모습으로 벤치마크할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메가뱅크는 일본의 3대 은행(미즈호·미쓰비씨UFJ·미쓰이스미토모)를 통칭하는 말이다. 세계적 규모의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춰 은행 업무뿐 아니라 증권·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3대 은행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1일~2024년 3월31일) 순이익은 3조1000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사업 확대가 성장 정체 극복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06~2023회계연도 동안 국내 총영업이익은 6조8000억엔에서 6조엔으로 11% 감소한 반면, 해외 총영업이익은 1조2000억엔에서 6조1000억엔으로 5.1배 급증했다.
일본 3대 은행은 1980년대부터 해외에 진출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했다. 2019년 메가뱅크 체제가 정립되면서 확보한 자본력을 고성장이 기대되는 동남아시아 현지 대형은행 지분을 인수하며 수익성을 확장했다.
이들은 자국내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기업금융을 활성화하며 저성장을 극복했다. 특히 대대적 도심 재개발을 추진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키웠고, 자금 수요가 늘어나자 다시 역할을 넓혔다.
일본 부동산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자기자본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환경이 조성된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고밀도 스마트시티 개발방식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메가뱅크가 해외투자 확대와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여 확보한 수익성으로 고착화된 저성장 기조와 고령화하는 인구구조 등의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신탁 상품을 다양화하고 노후대비책을 마련해 꾸준히 투자자산을 축적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탁은 고령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 닥쳤을 때 자신과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박 대표는 "신탁은 일본 정부가 강조해 온 안심할 수 있는 자산운용과 원활한 세대 간 자산 이전을 돕는 최적의 상품으로 꼽힌다"며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사망하더라도 신속하게 재산이 수익자에게 이전되는 장점이 있어 계약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일본 개인형확정기여연금(iDeCo)이 노후대비 상품으로 소개됐다. 국민들이 공적연금 역할 축소를 대비해 사적으로 연금자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상품은 오랫동안 적립하고 운용해 노후에 찾아쓸 수 있도록 납입·운용·인출 단계에서 큰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문화도 혁신을 추진해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출산이 육아로 휴직자가 생기면 팀 동료에게 회사가 응원수당을 주는 제도가 참고할 사례로 제시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에 대비한 시니어 고객 특화 금융상품 및 전용 콘텐츠 개발 등을 진행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동양·ABL생명 인수를 기반으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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