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매스팀버 건물, 지진 테스트로 안전 확인
목조빌딩 지진 테스트 참관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동해상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자동차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있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 도처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정리 노철중 기자 | 글 사진 최재철(제이초이디자인연구소 소장) www.jchoidesign.net / allaboutwood@daum.net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는 지진이다. 지진은 그 파괴력으로 인해 항상 우리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건물 파괴는 재산과 인명 피해에 직결되기 때문에 내진설계에 대한 연구와 안전 대책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는 다양한 건축 구조물에 대한 지진 테스트를 실험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 일본과 미국은 지진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고층 목조주택 공법 ‘매스팀버’
두 나라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목조주택을 많이 짓는다는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경량 목구조(Light Wood Frame, 가늘고 긴 규격목재를 사용한 목골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량 목구조는 여러 형태의 지진에 상당히 잘 대응하는 구조방식으로 역사적으로도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10년 전 일본에서는 6층 규모 목조공동주택의 실물대 지진 테스트가 진행된 적이 있다. 규모 6.5~7.3까지의 진동을 약 40초간 가하는 극한 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한 테스트였다. 그 결과 구조적으로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경량 목구조의 중층건물에 대한 구조 안정성이 검증된 것이다. 이후 5~6층 규모의 공동주택도 경량 목구조로 무리 없이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도시화 추세에 따라 20층이 넘는 초고층 주거 및 주상복합 건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목재의 높은 구조 효율성과 환경에 대한 이점 때문에 초고층 건물을 콘크리트나 스틸이 아닌 목재를 사용해 짓는 대형 목구조, 즉 매스팀버(Mass Timber) 방식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초고층 목조건물이 하나 둘 완공되면서 더 높은 목조빌딩을 짓고자 계획하는 나라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 목구조가 지금보다 널리 채택되려면 지진과 같은 극한의 자연 재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스팀버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 6.0 진동에도 안전
지난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옥외 진동대 테스트 연구동에서는 10층 규모의 매스팀버 건물에 대한 지진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번 고층 목조건물의 구조 안전을 위한 연구를 위해 산학연이 협력해 2017년부터 철저한 사전 준비작업을 해왔다.
이번 현지 참관 기회는 미국의 구조용 철물 제조 전문 기업인 ‘심슨 스트롱타이(Simpson Strong-Tie)’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진 시험장에 도착하자마자 지진 시뮬레이션을 위해 구축된 건물로 안내됐다. 건물은 전문연구자들에 의해 지진 발생 시 진동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돼 있었다. 외부와 내부에는 수십 대의 카메라와 수많은 측정기구들이 즐비했다. 가속도계, 스트레인 게이지 및 변위 센서는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해 연구자들이 다양한 지진 조건에서 구조물의 무결성과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외형의 흔들림을 체크하기 위해 드론 여러 대가 하늘에서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동안 5.0 이하 규모의 진동 테스트를 수차례 실험했었다면 규모 6.0 진동을 약 30초간 가하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은 플랫폼과 진동기를 이용해 진행됐는데, 이는 실제 지진의 움직임과 진동을 모방해 건물의 특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플랫폼이 흔들리고 진동기가 가동될 때, 실험체의 상부가 강력한 힘에 의해 좌우로 흔들렸지만 구조적으로 안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진동대가 멈춰서고 연구자들은 실험체의 변화를 체크했지만 어떠한 구조적인 변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실험이 끝나고 연구자들과 함께 10층 목조건물의 내부를 층별로 직접 보면서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연구자들의 말처럼 그 어떤 곳에서도 건물 이상을 감지하지는 못했다. 목재와 구조용 철물이 적절하게 잘 조합돼 설치되는 것이 구조 안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됐다.
매스팀버 사용 늘어날 것 기대
실험체의 구조용 철물을 설계하고 제조, 설치까지 지원한 심슨 스트롱타이 사의 연구 책임자 스티브 프라이어(Steve Pryor) 씨는 “이 프로젝트의 비전은 건물 복원력을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고층 목조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 방법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라며 “이번 실험이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의 고층 목조 건물을 위한 건축 자재로서 매스팀버를 검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매스팀버 지진 테스트 결과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건설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진 하중으로부터 매스팀버 구조물의 강점과 취약성을 이해함으로써 구조엔지니어와 건축가는 설계를 최적화해 지진으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는 더 안전하고 탄력적인 목조건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번 고층 목조건물 지진 테스트는 건물이 지진 하중을 받았을 때 매스팀버라는 건축 자재의 구조적 성능을 밝혀냈다. 이런 테스트 결과는 매스팀버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는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탄력 있고 친환경적인 초고층 목조건물의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내년 3월까지 규모 7이 넘는 실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추가 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초고층 목조건물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5년간의 노력과 노고가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