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클럽 씬을 장악한 패션 브랜드 꾸레쥬

프랑스 하우스의 초현실적 미학을 클럽 씬에 옮기며 파리 패션 위크 최고의 파티를 연 니콜라 디 펠리체.

해당 기사는 i-D의 ‘The New Wave’ 이슈, no. 373, 가을/겨울 2023에서 발췌했습니다. 주문은 여기서.

벨기에 시골에서 자라며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는 i-D를 포함한 어떤 잡지도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그 어떤 패션 잡지도 본 기억이 없다. 신문 가판대에는 부모님 담배나 내 사탕을 사러나 갔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패션을 접한 건 음악을 통해서였다. 1990년대, 뮤직비디오를 열심히 보던 아이이던 꾸레쥬(Courrèg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렇게 음악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자기 표현의 형태,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본 구성 요소로 패션을 이해하게 됐다.

춤, 파티와 함께 음악은 디 펠리체 삶의 일부다. 더이상 직접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2008년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가 이끌던 발렌시아가(Balenciaga)에서 일하기 위해 파리에 온 그가 에르왕 세네(Erwan Sene), 안나 도티니(Anna Dotigny), 알레그리아 토라사(Allegria Torassa) 등 그의 친구와 동료 아티스트를 만난 곳은 클럽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한다. “곧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니콜라를 몇몇 파티에서 만났다.” 이제 꾸레쥬 클럽(Courrèges Club)의 아트 디렉터가 된 도티니가 회상했다. “폭풍우가 개고 노을 아래서 펼쳐진 숲속 파티에서 그와 함께한 밤을 정확히 기억한다.” 꾸레쥬 패션쇼 뿐만 아니라 매일 밤 클럽 음악을 선별하는 세네도, 10년 전 디 펠리체를 만난 비슷한 밤을 회상했다. “그날 밤 우리는 음악과 함께 가까워졌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2020년 디 필레체가 프랑스의 유서깊은 하우스 꾸레쥬의 수장이 되었을 때, 브랜드는 약 9년간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가 설명하기를 그가“부임했을 때 하우스는 정말 작았다. 더이상 잘 운영되지가 않았다. 스타트업 같았다.” 디 펠리체는 그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브랜드를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꾸레쥬는 공동 프로젝트다. 정말로, 친구들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첫 번째 오프라인 런웨이였던 2022년 봄-여름 쇼 이후 디자이너와 그의 친구들이 격렬한 애프터파티를 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리는 파티를 열 것이었다. 사람들을 파티로 초대하고 싶었다.” 꾸레쥬 클럽이라 불리는 이 파티는 이제 파리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가 되었다.

물론, 브랜드가 파티를 여는 것이 엄청나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 두 세계는 종종 교류해 왔다. 클럽은 새 컬렉션을 ‘현실’ 세계에 소개하고 ‘콘텐츠’로서 소셜 미디어에 퍼지게 하는 데 최적의 배경이 되어 준다. 하지만 디 펠리체의 꾸레쥬 파티는 인맥만을 위한 여느 패션 위크 이벤트와 달랐다. “음악과 교감이 있는 진짜 파티를 꾸리려는 니코의 열정은 엄청나다.” 세네의 말이다. “패션쇼 애프터파티를 지루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을 피했다.”

“알레그리아는 패션 위크 애프터파티 중 사람들을 춤추게 한 유일한 파티를 열었다.” 토라사가 주최했던 치치올리나(Cicciolina) 파티에서 영감을 얻은 디 펠리체는 벨기에 출신임을 증명하듯 클럽 본연의 목적만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같은 리듬에 맞춰 춤추는 것만큼 아름다운 광경은 없을 것이다.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든 모두가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가 파티의 기억을 떠올렸다. 파티가 “마라톤처럼 이어지는 파리 패션 위크에 격렬한 생기를 더해준다“고 도티니가 말을 더했다.

꾸레쥬 클럽과 컬렉션의 클럽 친화적인 실루엣, 그리고 디 펠리체의 비전은 브랜드의 DNA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는 60년대 우주를 떠올리는 패션을 선보이며, 다리를 드러내고 몸에 딱 붙는 미니 드레스를 소개한 디자이너다. 이는 여성의 몸과 움직임을 해방시킨 전례 없는 실루엣이었다. 디 펠리체는 ‘들려지거나’ 몸을 통해 경험되어야 한다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음악론이 처음 소개한 실용 음악(musica practica)으로서 클럽 음악을 사랑한다.

“클럽 씬이 내 비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옷을 만들 때 항상 ‘꾸레쥬 걸’이 누구인가? 그 옷을 입고 어떻게 움직일까? 어떻게 춤출까?’ 고민한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디 펠리체의 꾸레쥬는 오늘날 파리 클럽 씬을 장악하며 자유를 외치는 하우스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클럽 물품 보관소에서 얼마나 많은 꾸레쥬 리에디션 바이닐 재킷이 분실됐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꾸레쥬 클럽의 성공은 디 필리체의 여유있고 쿨한 태도 덕을 봤지만 친구들의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들의 꾸레쥬 클럽은 여느 패션 파티와 달랐고, 재밌는 충격이 끊이지 않는 파리의 밤을 선사했다. 도티니는 세트 디자이너 레미 브리에르(Remy Brière)와 파리 북부에 버려진 지하 주차장, 로맹빌의 산업용 부지 등 독특한 로케이션을 찾아, 디자인 스튜디오 매티에르 누아르(Matière Noire)의 조명 설계와 함께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 도티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 안전한 환경에서 좋은 음악에 춤출 수 있는 공간, 그들이 가는 보통의 클럽과는 다른 공간”을 만들기를 꿈꿨다.

도티니가 꾸레쥬 클럽에 찾아온 이들을 위해 완벽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면, 세네는 디 펠리체가 꾸레쥬 최신 컬렉션에 담은 비주얼의 본질을 플레이리스트에 옮겼다. 그는 음악을 선별하는 과정에 대해 “우리의 역사와 기억, 환상으로 가득찬 내러티브를 플레이리스트에 심어, 컬렉션을 현실에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아이디어 상자를 가득 채운 다음 최대한 줄여 나간다.” 꾸레쥬 클럽은 세네와 미코노스(Mykonos)라는 다음 이름으로 활동하는 도티니 등 디 펠리체의 친구들, LSDXOXO, 이사벨라(ISAbella)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온 DJ들을 파리의 패션계에 소개한다.

디 펠리체는 파리의 밤을 뒤흔들 작정으로 꾸레쥬 클럽을 연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그렇게 됐지만 말이다.) 첫 파티는 봉쇄로 침체된 파리 클럽 씬에 다시 활기를 불러 넣으려던 의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파리 클럽 운영자의 대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파티를 여는 대신 클럽 문을 아예 닫기로 했다. 따라서 그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기능을 고려하면, 디 펠리체와 그의 친구들이 해체된 도시의 조각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클럽을 동원한 것은 설득력 있는 처사였다. “그게 꾸레쥬 클럽 파티가 지향하는 바다. 새로운 장소, 공간에 파리가 언제나 품고 있던 광기를 가져다 두는 것.” 도티니가 단언했다.

디 펠리체는 이렇게 정리했다. “좋은 의도와 사랑, 축하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일이 잘 되게 돼있다. 꾸레쥬 클럽은 그렇게 완성됐다.”

Photography Lola & Pani
Fashion Dan Sablon
Hair Karim Belghiran at Total World
Makeup Morgane Martini at The Wall Group using Byredo
Photography Assistance Thomas Pigeon and Vincenzo Sassu
Fashion Assistance Clara Viano Faruel
Hair Assistance Akiko Kawano
Makeup Assistance Jieyu Wang
Production Canvas Represents and Jad Assad
Casting Director Samuel Ellis Scheinman for DMCASTING
Casting Assistance Alfredo Bisciotti for DMCASTING
Models Ilias Loopmans at Rapture, Grace Gay at Titanium, Ivana Trivic at Girl, Marina Moioli at Premium, Ilya Vermeulen and Farah Nieuwburg at Platform
All clothing and accessories COURRÈ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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