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보고서 통해 밝혀…"최종 사용자 추적·차단 현실적 어려움"
화웨이 납품 논란 후 입장…미국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속 주목

[이포커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자사에서 생산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최종 사용처를 완벽히 추적하거나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완전히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나온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TSMC는 8일(현지시간) 자사의 최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는 반도체 공급망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칩을 판매한 이후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특히 최종적으로 어느 국가의 누구에게까지 전달되는지를 TSMC가 전부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TSMC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공급망에서 TSMC의 역할은 제조된 반도체를 통합한 최종 제품의 하위 사용이나 사용자에 대한 가시성과 정보를 본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자사 칩이 의도치 않게 중국 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100% 방지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발표는 과거 TSMC의 AI 칩이 중간 업체를 통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납품된 정황이 알려진 지 수개월 만에 나왔다. 당시 TSMC는 미국의 제재가 발효되기 전에 수출된 물량이라고 해명했으나 업계에서는 공급망의 허점을 이용한 우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TSMC의 공식 입장은 향후 유사한 논란이 재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사이 AI 반도체를 겨냥한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도입했으며,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중국향(向) 제품에 대한 조사와 실사를 강화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웨이가 TSMC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 'SOPGO 테크놀로지스'를 포함한 1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TSMC의 이번 발표는 이처럼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첨단 기술 통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향후 미국의 대중국 제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TSMC의 대미 투자(약 1천억 달러 규모)를 언급하며 신뢰를 표한 바 있으나, 현재의 공급망 현실과 미국의 강력한 규제 의지 사이에서 TSMC가 고충을 토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포커스=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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