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경기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 야구 드라마가 있습니다. 첫 방송 5.5%로 시작해 마지막 회 19.1%, 순간 최고 22.1%까지 치솟으며 안방을 평정한 SBS '스토브리그'입니다. 야구 팬이 아닌 시청자들까지 월요일 밤을 기다리게 만든 이 드라마의 비결을 짚어봅니다.

경기장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승부
'스토브리그'는 시즌이 끝난 겨울,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프로야구단 프런트의 세계를 다룹니다. 제목의 스토브리그란 시즌 오프 기간 선수 이적과 연봉 협상이 벌어지는 시기를 뜻하는 야구 용어죠. 트레이드, 방출, 연봉 협상 테이블처럼 팬들도 잘 몰랐던 무대 뒤 이야기가 본편이 되면서, 오히려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에게도 신선한 직장 드라마로 다가왔습니다.

만년 꼴찌 팀에 부임한 냉철한 단장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 단장은 데이터와 원칙으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만년 꼴찌 팀 드림즈에 부임해 성역처럼 여겨지던 관행들을 하나씩 걷어내는데, 인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결단이 오히려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겼습니다. 남궁민은 힘을 뺀 절제된 연기로 극을 끌고 가며 커리어 대표작을 추가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입소문이 만든 시청률 4배 상승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5%로 출발한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뛰어올라 마지막 회에서 19.1%를 찍었습니다. 순간 최고는 22.1%. 방영 내내 이어진 입소문이 만든 결과였죠.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야구단 운영이라는 낯선 소재로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운 사례로 남았습니다.

백승수를 완성한 사람들
박은빈이 연기한 운영팀장 이세영은 팀을 향한 애정과 현실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로, 백승수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갑니다. 여기에 개성 강한 프런트 직원들과 선수들의 사연이 촘촘하게 얽히며, 커다란 사건 없이도 매회 밀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시즌2 목소리
2020년 2월 종영한 뒤에도 시즌2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오랫동안 이어졌을 만큼, '스토브리그'의 여운은 깁니다. 겨울마다 다시 생각나는 드라마, 프로의 세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정주행을 시작하면 주말이 짧게 느껴질 겁니다.
냉정과 온기를 오가는 백승수의 결단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일터의 겨울도 견딜 만해집니다. 프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드라마가 내놓는 대답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Copyright © 그 시절 우리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