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꾼 오거스타, 유리멘털 제왕에 전설을 허락하다

1위 셰플러 1타 차 제치고 우즈 이후 24년 만에 대기록
유독 그린재킷과 인연 없다가 작년 17번째 도전 끝 우승
“이루고 싶은 목표 남아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제치고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2년 연속 제패했다. 마스터스를 2연패한 선수는 매킬로이가 역대 네 번째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4년 만이다.
매킬로이는 오랜 세월 자신에게 좌절을 안겼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2년 연속 정복하며 골프계의 ‘전설’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매킬로이는 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2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 버디 5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2위 셰플러(11언더파 277타)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450만달러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매킬로이는 마스터스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21세이던 2011년에는 첫날 65타를 친 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80타를 치며 무너졌다.
이후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뒤로도 그린 재킷은 입지 못해 ‘마스터스의 유리 멘탈(choke artist)’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17번째 도전 만에 연장전에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누르고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역대 6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이 꼬리표를 떼어냈다. 그리고 부담감을 털어내고 출전한 올해 2년 연속 그린 재킷을 입었다.
마스터스 2연패는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미국), 닉 팔도(1989~1990년·잉글랜드), 우즈(2001~2002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4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45년 동안 열린 마스터스 중 네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한 매킬로이는 메이저 대회 6번째 우승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0승 고지에 올랐다.
매킬로이에게 16번의 좌절을 안겨줬던 오거스타 내셔널은 지난 2년 동안 그가 ‘전설’로 우뚝 서는 무대로 변했다.
우승까지 고비도 있었다. 2라운드까지 12언더파 132타를 쳐 공동 2위 그룹을 6타 차로 앞섰던 매킬로이는 지난 12일 열린 3라운드에서 크게 흔들렸다. 11번 홀(파4)부터 13번 홀(파5)까지 이어지는 일명 ‘아멘 코너’에서 3타를 잃으면서 1오버파 73타에 그쳤고, 캐머런 영(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도 3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4번 홀(파3)에서 더블 보기, 6번 홀(파3)에서 보기를 하면서 영에게 한때 2타 차로 뒤처지기도 했다.
그러나 7번 홀(파4)과 8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흐름을 돌린 뒤 ‘아멘 코너’에서 승기를 잡았다. 전날 더블 보기를 했던 11번 홀을 파로 마친 매킬로이는 12번 홀(파3)과 13번 홀에서 다시 연속 버디를 낚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매킬로이는 2타 차 선두로 시작한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 숲 속,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에 떨어졌지만 세 번째 샷으로 벙커에서 탈출한 뒤 2퍼트로 마무리해 2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그린 재킷 하나를 받기까지 17년을 기다렸는데, 2년 연속 받게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기 중 부모님 생각이 몇 번 났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부모님이 현장에 오시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내가 우승했다고 믿으셨다”면서 “겨우 설득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부모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에 대해서는 “18번 홀에서 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을 때 그린 뒤에 있던 가족이 보였다”며 “‘또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보다 격한 감정이 솟구치지는 않았지만, 더 큰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엔 그랜드슬램 달성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여정의 일부라고 느낀다”며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지난해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진 않았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임성재는 이날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를 해 5타를 잃으면서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를 기록, 전날보다 17계단 내려간 46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이날 이븐파를 쳐 최종 합계 4오버파 292타, 47위를 기록했다.
김석 선임기자 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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