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원보수와 기업성과 연계 공시, ‘묻지마 돈잔치’ 끝낼 계기

2026. 4.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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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에 있는 한국거래소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상장사 임원들이 받는 보수가 적정한지를 주주와 시장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이사나 감사 등 상장사 임원들의 보수를 기업 성과지표와 나란히 공시하고 주식보상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기업 공시서식 개정안’을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이 고꾸라지고 주가가 바닥을 칠 때도 임원들만 ‘성과급 파티’를 벌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은 2013년부터 상장사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해왔지만, 사실상 ‘반쪽짜리 공시’라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 주요국이 임원보수와 기업성과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쉽도록 공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단순히 보수총액만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한국 상장사의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임원이 그만큼의 보수를 받는 것이 합당한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임원의 보수액과 함께 영업이익, 총주주수익률(TSR) 등 각종 성과지표도 병기토록 해 투자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 개인별 보수액 하단에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현황’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 등 ‘그 외 주식기준보상 부여 현황’ 서식을 배치한 것도 투자자들이 임원들의 주식보상 현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방법을 적시토록 한 것은 기업 투명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기업이 임원에게 미래 시점에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보상제도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공시 방식을 통해 해당 임원이 주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임원들이 합당한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받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며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성과와 동떨어진 고액 보수는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해가 된다. 기업들은 임원보수 산정 체계를 더욱 정교화하고, 투명하게 공시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들의 신뢰를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는 또 한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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