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한강' 효과, 제지업계도 모처럼 훈풍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의 제지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출판을 위한 종이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출판 업계에서는 책 50만 권을 출판할 경우 백상지(도서용 고급 종이) 300만 톤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만약 한강 작가의 도서 판매량이 100만 부를 돌파한다면, 600톤 이상의 백상지가 필요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침체된 종이책 용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무림 등 국내 주요 제지업체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 추가 제작을 위한 유통사들의 종이 구매 문의가 잇따랐다. 특히 무림은 책 '흰' 추가 제작에 쓰일 종이를 30톤 추가 판매하는 데 성공했으며, 한솔제지도 매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강의 작품은 그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부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사람의 몸을 주제로 파격적이고 불편한 소설들을 선보이며 주목받아 왔다.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총 60종에 이른다.
14일 기준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에서 판매된 한강의 책 판매량은 68만 부에 달했다. 서점가는 전국 모든 서점에서 실제 판매 부수가 이미 100만 부에 근접했으리라 추산하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한강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 등 주요 출판사들은 인쇄소를 풀 가동해 증쇄 작업에 들어갔다. 증쇄 물량은 '작별하지 않는다' 15만 부, '흰'은 6만 부 등으로 알려졌다.
종이책 인기 상승으로 제지업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미국 대선 등의 호재와 더불어 이번 기회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무림 관계자는 "이번 수상의 효과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출판 및 인쇄 등 침체된 업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솔제지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책 판매가 급증하며 제지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약 1조 원과 영업이익 약 39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무림페이퍼 역시 매출액 약 6923억 원과 영업이익 약 729억 원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