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딜레마' 빠진 인터넷은행…3사 "안정적 선순환 필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주담대를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들어 증가한 주담대의 대부분이 대환대출인 데다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 대출의 높은 연체율을 감당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인뱅 3사의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3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월(23조4000억원) 대비 47%(약 11조원) 늘었다. 이에 인뱅의 본래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보다 주담대로 손쉽게 이자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국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인뱅 업계는 주담대를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토뱅의 경우 안정적 담보에 기반한 주담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사실상 진퇴양난에 처했다.
더욱이 3사는 당국이 강조하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찌감치 채웠지만 비난을 받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인뱅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토뱅(34.9%), 케뱅(33.3%), 카뱅(32.4%) 순으로 목표치인 30%를 상회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인뱅도 엄연히 은행인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주담대를 왜 하지 않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당초 인뱅의 설립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맞추려면 주담대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인뱅에서 신규 취급한 주담대를 보면 다른 은행에서 넘어온 대환대출 비중이 60%(케뱅 67%, 카뱅 62%)를 넘긴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계대출 총량은 그대로지만 이자경감 등 혜택을 받는 차주의 이익은 증가했기 때문에 인뱅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뱅으로 주담대 대환대출이 몰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인뱅이 치고 나가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인뱅 주담대가 지난해 증가했지만 올해는 관리 목표를 설정해 새로운 대출수익원을 찾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에서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한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당국은 올해부터 대출 기준을 말기잔액에서 평균잔액으로 바꾸고,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개인신용대출'에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등을 추가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뱅의 원래 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만 맞춘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