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대상 '알룰로스' 경쟁 치열한데...CJ제일제당 재도전 가능성은
제로슈거 트렌드 확산으로 국내 대체감미료 시장에서 삼양사와 대상이 알룰로스 생산을 늘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과거 알룰로스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CJ제일제당이 다시 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알룰로스 사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스테비아만으로 성장세인 대체당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와 대상이 국내 알룰로스 시장을 양분하며 생산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양사는 울산에 연간 1만3000톤 규모의 알룰로스 공장을 신설해 기존 대비 4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국제식품전시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대상도 지난해 군산 공장에 알룰로스 생산기반을 구축하며 북미, 동남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건포도 등 일부 과일에 존재하는 당류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 차세대감미료 소재로 꼽힌다.
삼양사와 대상이 알룰로스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글로벌 대체당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천연감미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33조8803억원에서 오는 2032년에는 58조980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알룰로스는 음료, 유제품, 소스, 건강기능식품, 아이스크림 등 국내 200여개 이상의 식품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 세계 최초로 알룰로스 대량생산에 성공한 CJ제일제당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알룰로스 상용화를 선도했으나, 유전자변형작물(GMO)을 사용했다는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으며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GMO를 활용한 타가토스와 알룰로스 생산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면서 안정성 논란이 불거져 결국 CJ제일제당은 2019년 알룰로스를 포기하고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등 대체당으로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 7월 CJ제일제당이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감미료인 '스테비아' 제품을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에 출시하면서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알룰로스를 2020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효자상품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정도로 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이 내세운 스테비아는 제로슈거 제품에 자주 사용되지만, 범용성에서는 알룰로스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시장을 선도하려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알룰로스를 다시 내놓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스테비아는 설탕과 유사한 결정형 제품으로 베이커리와 요리에 적합하나, 액상 형태가 아니어서 음료나 소스 등 '제로음료' 분야에는 활용이 한정적이다. 게다가 경쟁사인 삼양사는 액상과 결정형 알룰로스를 모두 생산하며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이 스테비아만으로 대체당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룰로스는 다른 대체감미료가 식품첨가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식품원료로 구분돼, 용량과 용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정성이 검증된 알룰로스가 분말 형태로도 출시된다면 경쟁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CJ제일제당의 오랜 기술력과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이유로 알룰로스 시장 재진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53년부터 설탕 사업을 해온 축적된 경험을 가져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크다. 과거 삼양사보다 먼저 액상과 결정형 알룰로스를 상용화했으며, 현재의 생산기반도 이미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CJ제일제당이 다시 알룰로스 시장에 진입해도 이미 삼양사와 대상이 확립한 시장점유율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시장 수요와 사업성을 검토한 후 알룰로스 사업 재진입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알룰로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에서 알룰로스보다 스테비아의 선호도가 더 높았다"며 "알룰로스는 과거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중단했으며 현재로서는 (재생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