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는 시대 대비하나”…대만문제 말아낀 美·존재감 키운 日[디브리핑]
美국방장관, 中의식해 대만 직접 언급 피하는데
日방위상 “亞, 규칙존중하는 모든 국가에 개방돼야”
블룸버그 “일본, 미국보다 더 선명한 대중 메시지”
“미국 없는 시대 대비하나” 아시아 동맹국들 촉각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이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국방부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1/ned/20260601183119306bema.jpg)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며 대만 문제 언급을 자제하는 사이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적극적인 안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미국보다 일본이 더 강한 대중국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카리슈마 바스와니는 1일 “급속도로 군사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대해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듣고 싶어 했던 메시지를 이번에는 일본이 대신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주목받은 인물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이 지역은 우리의 공동 규칙과 원칙을 존중하는 모든 국가에 개방돼 있어야 한다”며 일본이 지역 성장과 안보 강화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필리핀, 호주 등과 군사 협력과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있으며 역내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100억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도 제안했다.
특히 고이즈미 방위상은 중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핵무기와 전략폭격기를 대량 보유한 나라가 있다. 일본은 그런 무기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데도 신군국주의라는 낙인이 찍힌다”며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경계하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실제 일본의 변화는 최근 수년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방침을 공식화했고,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전수방위 원칙에서 한발 더 나아간 변화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증강, 대만해협 긴장 고조 등이 일본 내 안보 불안을 키우면서 방위 정책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1/ned/20260601183119577teti.jpg)
반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 관계를 설명하며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이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관리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만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글로벌타임스는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헤그세스는 시진핑과 트럼프 사이의 새로운 우호 관계를 해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정해진 각본을 충실히 따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의 태도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과 관세, 공급망, 안보 현안을 둘러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문제와 같이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를 공개 석상에서 적극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마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재진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1/ned/20260601183119931fvke.jpg)
문제는 미국의 전략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면 그것이 미국의 지원 아래 이뤄지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지원이 없는 세상을 조용히 준비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상대적 침묵 역시 동맹국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최근 들어 대만 문제에서도 한층 선명한 입장을 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해 의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필리핀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대만, 베트남 등과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의 “악의적인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의 역할 확대를 곧바로 미국의 리더십 약화나 ‘아시아 리더 교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과 정보자산, 동맹 네트워크의 중심은 여전히 미국이다. 일본 역시 헌법상 제약과 국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독자적인 안보 리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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