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發 실적 부진에 짐 싼 증권맨들
지난해 10대 증권사들이 임직원수를 전년보다 8배 이상 줄였다. 지점수도 500개 밑으로 떨어진 뒤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풍부한 유동성으로 황금기를 누렸던 증권사들이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 등으로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인력 감축 규모가 가장 컸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메리츠·신한투자·하나·키움·대신증권)들의 총 임직원 수는 2022년 말(2만3939명) 대비 284명 감소한 2만365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감소폭(35명)보다 8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이들 증권사 지점은 37개가 통폐합되면서 460개로 줄었다. 10대 증권사들은 디지털·거점화 등을 이유로 2019년 이후 매년 30여개 지점을 없앴다.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희망퇴직, 하반기에는 부서를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임직원 수도 143명(3.9%) 줄어든 3563명의 직원들이 남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까지만 해도 임직원 수가 4231명에 달했지만, 매년 100~200명씩 감원돼 왔다. 대우증권과의 합병 이후 꾸준히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밖에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57명(3.7%), 51명(1.7%)씩 감축했다. 신한투자증권 37명(1.4%), NH투자증권 31명(1%), 하나증권 16명(0.9%) 등도 임직원 수가 축소됐다.
주요 증권사들이 임직원수를 줄이며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은 비용절감 목적이 크다. 2021~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넘쳤던 유동성을 토대로 황금기를 맞았던 증권사들은 이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주식시장 불황기를 맞았다. 여기에다 국내외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투자자산 손실로 실적이 고꾸라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손실에 관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이 반토막 난 곳이 많다.
올해에도 시장은 녹록치 않은 데다가 디지털·지점 거점화 경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탓에 추가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중 올 1분기 실적 추정이 가능한 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대신증권의 순이익은 총 6410억원으로 전망됐다. 전년동기 1조196억원 대비 37%가량 급감한 수준이다. 최악의 한 해로 꼽혔던 지난해보다도 실적 전망이 더 어두운 셈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의 국내외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들의 추가적인 손실인식은 올 초에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올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인하 기대감과 함께 관련 부담들이 경감된다면 완만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