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물결
한국 작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사건’은 짐작대로 한국 사회에 강력하고 커다란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스톡홀름에서 들은 이야기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인 정영선 작가가 11일 들려준 이야기가 우선 흥미로웠다. “지난해 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었는데 그때 현지에서 한강 작가의 인지도와 인기가 아주 높은 현상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웨덴에서 한국 문학을 눈여겨보던 다수 전문가가 한강 작가 소설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더라. 큰 공연장에서 한강의 소설로 만든 연극도 공연했다. 하도 선명하게 체감해서 그분들께 되묻기까지 했다. 어떤 면에서 한강의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데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은가 하고. 아무튼 내겐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번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유럽 쪽 언론이 작가 한강의 수상 확률을 높게 점쳤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 에밀 기메상 등 권위 높은 유럽 문학상을 차근차근 받으며 세계 독자 곁으로 다가간 한강의 문학 행보를 이 시점에 곱씹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작품을 여러 편 한국어로 번역한 독문학자 장희창 전 동의대 교수에게 전화해 소감과 생각을 물어보았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세계 문학 또는 문학 세계에서) 우리가 오랜 세월 ‘변방’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다가 ‘중심부’로 나아가서 좋다, 이런 뜻은 전혀 아니다. 작가 한강의 경우 세계 판도의 문학에서 이른바 ‘변방’ 그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와 성취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간 외국 독자에게 여전히 잘 알려지지는 않았던, 그들이 ‘풍문’으로 들었을 한국 문학의 속살이 제대로 세계에 알려질 계기를 마련한 점이 뜻깊다. K문화나 영화 등에서 한국 면모가 세계로 많이 나아갔지만, 문학 장르가 비로소 주목받는 건 의미가 또 다르다.”
그는 “이렇게 문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통이나 모순 등이 있는 그대로 감수성 예민한 작가의 솜씨를 통해 곧장 다른 나라 독자에게 더 알려지는 계기가 생긴 점이 참 좋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인 황국명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다 같이 기뻐하고 크게 축하할 일이다. 한강 작가를 비롯해 우리 작가들에게 존경심을 표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사회·역사적 차원에서 힘겹게 이 시대를 넘어가고 있는데 자기 자리를 지키며 쉽지 않은 창작 활동에 정진하는 작가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장은 이렇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한강 작가는 뚜렷한 주제의식이라고 할까, 왜 글을 써야 하는지 확신이 있는 작가로 느낀다. 작품세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작가는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 이와 같은 인정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주위에 남 못지않게 역량과 의지를 갖춘 작가가 많다. 그분들께도 힘이 되는 성과다. 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산작가회의 김요아킴 회장은 “한국 문학의 큰 영광이고 경사다. 한강 소설가는 역사의 상처 등 한국의 문화·역사 측면을 품었고 스웨덴한림원은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여서 더 큰 감회가 있다.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올해 받은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점에는 한강 물결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서점가와 문화가에는 ‘한강 현상’이 불어닥쳤다.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이 배포한 보도자료와 연합뉴스 등의 보도를 참고하면 한강의 작품은 엄청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연합뉴스는 11일 오후 “수상 후 반나절 정도가 지났음에도 교보문고에서만 6만 부, 예스24에서는 7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예약판매로 진행되고 있다”며 순식간에 한강 작가의 책 13만 여권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교보문고는 11일 오전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부터 9위까지 모두 한강 작품이 차지했다. 대부분 재고가 소진돼 예약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강 작품의 대표로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톱3으로 꼽히는데, 예스24 관계자는 “너무 많이 팔려서 톱3밖에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일부 책은 재고가 떨어져 출판사의 증쇄를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소설가 아버지는 기뻤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국 문학계의 거장 한승원(85) 소설가는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장흥 바닷가에 집필공간 ‘해산토굴’을 마련해 사는 한승원 작가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강 작가가 전날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인 저녁 8시(한국시간) 직전 오후 7시 50분쯤 스웨덴 측의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딸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는 “비극은 어디다 내놔도 비극인데 그 비극을 정서적으로 서정적으로 아주 그윽하고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한 것”이라고 평했다.
1939년 장흥 태생인 한승원은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 많은 작품을 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올해 초 자전적 장편소설 ‘사람의 길’를 펴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